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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웰제이드 Sep 26. 2024

각자 개인상담을 받고 침대에 누워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은 이혼을 번복했을 때, 꾸준히 개인상담을 받겠다고 했다. 그리고 노력하기로 한 첫 주, 남편은 실제로 1시간 정도의 개인상담을 받았다. 나 역시도 상담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각자 상담받은 내용을 저녁에 시간을 내서 나누기로 했다. 어떤 내용으로 상담을 받았고, 어떤 것을 느꼈는지, 앞으로 어떻게 노력해보고 싶은지 등을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남편은 본인의 어린 시절 상처로 인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 부부관계에서의 문제 해결 방법 등과 관련된 주제로 상담을 받겠다고 했다.

  사실, 나는 작년부터 남편에게 지속적인 개인상담을 권해왔다. 우리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남편 본인을 위해서 상담받기를 원했다. 우리 모두 어린 시절의 콤플렉스나 상처를 잘 아물게 하고 성인이 되어가듯,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아픔은 있을 것인데, 남편이 언성을 높이고 화를 낼 때마다, 그에게서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자꾸만 보였기 때문이다.


  남편은 상담사의 조언에 몇 가지가 공감되기도 했고, 앞으로 생활에서 실제로 노력해보고 싶은 부분이라며 이야기해 주었다.


  "남편분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내는 문제해결을 원하는 게 아닐 거예요. 그저 정서적인 대화가 필요할 뿐이죠. 그러니 다음부터는 이렇게 해보세요. '아, 그렇구나~'라고요. 자, 저를 따라 해 보실래요? '아, 그렇구나~ 당신은 그랬구나.'라고요. 조금만 더 부드럽게 말해볼까요?"

  상담사는 이런 말을 했고, 남편은 실제로 상담사의 말을 따라 연습했다고 했다. 평소 말의 어조가 강할 때도 있기 때문에, 상담사는 좀 더 부드럽게 해보지 않겠냐는 말을 덧붙였다고 했다.   


  상담받는 것이 남편에게 도움이 된 듯했다.

  그는 '나도 이제 좋은 세상에서 살아보고 싶어. 상담받으면서 치유받고 싶어. 그동안 좁고 어두운 세상에서 나 혼자 가두고 산 것 같아서, 열고 나올 테니, 나의 과거, 잊어가면서 새로운 미래 만들고 싶다'라고 털어놓았다.

  "우리 사이,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잊을 수는 없겠지. 그리고 변화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테니 또 중간에 나쁜 습관들도 나올 거야. 그렇지만, 그때마다, 역시, 또, 안 그러기로 했잖아,라는 것보다는 서로 응원하고 믿어주면 어떨까? 내가 많이 노력할게."

  그는 상담받은 후 그가 가진 의지들을 나에게 말로 표현했다.

  "너와의 관계를 당연하게 생각 안 할 거고, 자존심 안 부릴 거야, 이제. 네게 강요하지도 않을 거고, 같이 치유하며 같이 미래를 만들어갔으면 해."


  그러면서, 그는 상담받았을 때 인상 깊었던 말이 있었다며 재잘재잘 이야기를 했다.

  "내가 과거에 자존심 부리고, 고집부리고, 어떻게 살았는지 상담사에게 이야기했는데, 상담사가 그런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데 앞으로는 그렇게 안 사실 거잖아요?'라고. 맞아, 앞으로는 그렇게 살지 않으면 되니까, 좋게 살아가려고.'


  "'이 세상에 믿을 만한 어른은 없다'와 같은 것이나, '나는 부족함이 전혀 없는 사람이다'와 같은 쓸데없는 고집과 신념은 부수기로 했어. 통제적이고 나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부모님의 지나친 관심과 어긋난 사랑으로, 그 반대로 살고 싶어 했던 게, 고집이 됐던 것 같아. 감정에 있어서도, '화'라는 말고 다른 감정들에 대해서는 서툰 것이 맞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화를 내는 것이라고 핑계를 대고 합리화했던 것도 맞고.'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 불안하기도 했다.


  신기했던 이유는, 부부관계가 악화되기 시작했던 작년, 그는 부부상담도 싫고, 본인은 개인상담도 필요 없다고 했었기에, 나라도 노력해 보자 하며 나 혼자 개인상담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에게 상담받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갑자기 혼자 살 생각을 하니, 홀아비처럼 살아갈 것이 외로웠던 것인지, 아니면 그의 말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 나를 짐승처럼 대해도 상관없다던 막말을 뒤로하고, 알고 보니 나에 대한 측은함과 사랑이 남아있어서  노력해보고 싶다는 그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알 도리는 없었다.


  아니면 나의 아버지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 딸을 위해 항상 기도하고 있어. 둘이 다시 잘 살아볼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거 아니야. 이혼이 더 좋은 결말일 수도 있으니, 그저 네 마음이 괜찮아지기를 평안해지기를 기도하는 거야. 그리고 ㅇㅇ(남편의 이름) 이를 위해서도 기도한단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분은 하나님이시거든."

  아빠의 말대로 신이 남편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여길 수밖에 없을 정도로 남편의 태도는 좀 낯설었다.



  '과연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다시 뒤통수를 쳐서 이전에 줬던 상처를 또 주지는 않을까?'

  이혼 통보도 일방적으로, 우리 부모님에게까지 이혼을 문자로 통보하고, 이혼 번복도 숙려기간 끝나기 1주일 전에 제 멋대로 했던 사람이라, 불안한 마음도 공존했다. 그래도 그를 믿고 응원하고, 나도 노력하는 것만이 나의 최선이었다.

  노력하기로 한 후 3개월을 돌아보면, 맨 처음처럼, 상담을 꾸준히 받는 것을 지속하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공용통장에 상담비를 따로 모아두고 관리하기도 하면서, 꾸준히 상담을 받고 각자 개인이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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