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흘리듯 한 말이 어떨 때는 나의 일상을 바꿀 만큼 커다란 말이 된다.
작사가 김이나의 말이 나에게 와서 콕 박힌 적이 있다.
내가 찾아보지 않아도 그녀는 10년 가까이 꽤나 오랫동안 등장했다. 내가 즐겨보던 '싱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 밤에 운전하다가 듣게 되는 라디오, 유튜브 등에서 접하게 됐다. 가랑비에 옷 젖듯, 미디어를 통해 언뜻언뜻 만난 그녀지만, 나는 그녀에게 꽤나 다양한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감수성과 논리를 함께 갖춘 사람, 자기 삶에 대한 주도권을 중요시하고 실제로 끌어가는 사람, 현실적인 사람, 지독하게 본인 일에 능력 있는 사람. 이런 인상이 가득했다.
그러다 보니 동네 시립도서관에 가서 '오늘은 어떤 책을 대출해 볼까' 하던 중에 자연스레 그녀의 책이 끌렸다. '보통의 언어들'과 '김이나의 작사법(우리의 감정을 사로잡는 일상의 언어들)'이라는 책 두 권을 빌렸다. 독서가 중학교 시절 방학의 낙이었는데 그런 낙으로 살던 내가 책 한쪽도 읽기 어려워졌지만, 그녀의 책은 술술 읽혔다. 책을 읽으면서 '이 사람 왜 이렇게 친근하게, 독자의 니즈에 딱 맞게, 읽기 쉽게 쓴 거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는 자신의 생업을 그만두고 올인해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 자신의 생업을 이어가면서 하고 싶은 일을 동반해서 이어가는 사람이 더 간절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책에 이런 문구가 있었는데 내 머릿속에 지금도 남아있는 것을 보면 그 말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 말은 내가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꾸준히 올릴 수 있게 하는 원동력 한 줌은 된다.
내 마음에 콕 박힌 그녀의 또 다른 말은, 그녀가 개인상담을 꾸준히 받는다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버킷리스트, 로망 리스트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다. 경제적으로 개인상담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여유가 생기면, 꾸준히 개인상담을 받는 것. 상담을 직접 받아보니 나 자신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다. 또 상담은 '더 나은 내'가 되고 싶은 여정의 페이스 메이커가 돼준다.
그렇게 해서 나와 맞는 상담사를 시행착오 끝에 만났고, 그 상담사와 개인상담을 이어오고 있다.
50분의 개인상담이 거의 끝나갈 때쯤, 상담사가 이런 말을 했다.
"논문 한번 써보세요. 논문 쓰던 과거가 트라우마로 남은 것 같은데 다시 도전해 보세요. 딱 6개월만 고생하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이번학기에 시도했는데 통과가 안되면, 다음 학기에 다시 쓰면 돼요."
상담이 끝나고 곰곰이 생각해 보는데,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갖가지 문제 중 스스로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논문 밖에 없었다. 상담사의 그 말을 들은 것이 2월 말이었는데, 나는 한 달간 나름의 준비를 해서 3월 말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다. 상담사의 말의 씨앗이 내 마음밭에 심겨 쑥쑥 자라나갔고 잎을 틔우고 가지를 뻗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