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이 힘든 이유

by 고잉웰제이드



대학원생이 힘든 이유라고 했지만, 사실 내가 힘들었던 이유이다. 하하..


대학원생의 좋은 점도 물론 있다.

학업에 대한 뜻이 있는 사람들이 제 발로 모인 곳이기 때문에, 그만큼 열정이 있는 환경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러다보면 나도 더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자랄 수 있고 자기계발에 대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전공이나 대학원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가 하는 일에 대해 전문지식을 공부할 수 있고 또 때로는 나의 일을 더 발전시키는 데 배운 것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네트워킹의 장이 될 수 있다. 비슷한 업계의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업무적인 면에서도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대학원생 때 힘든 점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생각해본다.

왜 수료를 우선 하고, 휴식하다가 논문을 다시 써야 겠다고 내려놨었는지.


공부가 종종 고통스럽다.

GPT가 그 당시에 있었다면 좀 더 수월하게 했을까? 이미 없는 시대를 지나쳐왔는데, 이런 상상을 해서 무엇하리. 아무튼 내가 대학원에 입학 했을 때만 해도 GPT의 G도 없었다. PDF 파일을 구하기도 힘든, 그래서 번역기를 돌리기도 힘든, 정말 제본된 책으로만 볼 수 있는 영어 원서들을 사용했다. 텍스트 리더기를 사용해도 잘 되지 않았다.

문제는, 그 영어 원서의 한국어 번역본이 있다해도 어렵다. 내가 처음 접하는 전문적인 내용이고, 모르는 개념 투성이고, 한글로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 뿐이다. 새로운 이론과 새로운 학자라 낯설다. 그것을 영어로 본다는 것은 이중의 고통이다.


영어 원서의 한 챕터를 맡아 돌아가며 발표하는데, 일주일에 수업 2개 또는 3개를 듣는다. 과제가 거의 매주, 아니면 격주로 있다. 영어 원서 한 챕터 분량을 읽고 이해하고, 이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발표할 수 있을 정도로 PPT를 만들어야 한다. 나는 이 과정에 3박 4일 정도를 꼬박 소요했다. 금요일에 퇴근하고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해도, 주말을 모두 과제에 쏟아도, 월요일 수업 듣기 직전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렇게 3박 4일 고생해서 준비한 발표를 수없이 했지만, 내 마음에 든 발표 조차 사실 없었다. 그저 그 발표도 무사히 해낸 내 자신이 그저 기특할 뿐이다.

이 발표에서 도망갈 방법 같은 것은 없다. 당시 코로나 시기가 겹쳐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했는데, 한 박사님은 수술로 병원에 입원해 환자복을 입은 채 발표를 하실 정도였다. 방학이 되면 사정이 좀 나아지는데, 방학에도 대학원의 끈을 아예 놓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스터디 모임이 있고, 방학에 진행되는 학술대회가 있다. 석사 1학차도 빠짐없이 발표에 참여한다.


성취감을 얻을 일이 없다.

이렇게 나름 뼈빠지게 공부하는데 성취감을 얻을 일이 딱히 없다. 학업을 지속하게 하는 동기부여, 원동력 같은 것이 약하다. 곧이라도 꺼질 것 같은 엔진과 같다. 나는 사회학 분야였기 때문에 당장 실무에 적용할 그런 것을 배우는 것도 아니었다. 말 그대로 역사와 학자, 이론, 개념 등을 공부한다. 대학원은 정말 자신의 만족을 위한 일이다. 고등학생 때처럼 내가 이걸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갈거야, 또는 대학교를 졸업해서 좋은 직장에 취업할거야 같은 동기부여와는 완전히 다르다.

또 박사 선생님들과 모든 수업을 함께 들었는데, 정말이지 박사생에 비해 석사 1학차(나)는 뒷다리도 안 나온 올챙이에 불과하다. (물론 훌륭한 석사과정 선생님들 많이 있다! 나는 올챙이가 맞다.)


돈을 내고 사서 고생하는 일이다.

게다가 대학원 과정을 밟으며 나만의 고충이 있어도 유구무언이다. 대학원은 내가 학업계획서까지 제출해가며 제 발로 온 곳이기 때문이다. 직장을 다니며 일반대학원을 병행하겠다고 결심한 건 바로 과거의 나 자신이다. 누가 떠밀어서 온 곳도 아니고 무려 꽤 많은 학비를 내가면서 선택한 일이다.

대학원을 돈 내고 졸업장 따러 가는 곳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데 돈만 내는 건 아니고 생각보다 꽤 많은 나의 시간과 에너지와 마음 고생도 쏟아야 한다.

나의 한 친구가 대학원을 졸업했을 때 선물을 보냈다. 고생했다고, 축하한다고. 얼마나 고생했을지 남의 일 같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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