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이 어려운 이유

by 고잉웰제이드


이 역시 나의 논문이 어려웠던 이유라 할 수 있겠다.


1. 논문을 작성해 본 적이 없다.

2. 논문 작성법을 배워본 적이 없다.

3. 논문 작성법을 알려줄 사람이 없다.

4. 교수님은 논문 지도를 해주지 않는다.


물론 나와 다른 상황에 있는 석사생들도 있겠지만, 나의 처지는 저러했다.


논문계획서를 제출했는데, 교수님께서 '논문 서식에 맞게 다시 써오세요'라는 한 마디만 남기셨다.

한 마디로 변인을 정해서 연구모형을 그려오라는 뜻이었는데, 그 당시의 나는 대학원 3학차를 다녀도 '변인' 또는 '연구모형'이라는 단어를 아예 지나가는 말로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영어 원서는 매 학기마다 10권 이상씩을 공부해서 돌아가며 발표했고, 격주마다 돌아오는 발표 순서에 평일 월수금은 퇴근 후 3시간씩 수업을 듣고 주말에는 금토일 내내 과제 발표 준비만 해도 시간이 모자랐다. 쉴틈 없이 공부는 이어져 갔고 논문은 오롯이 나의 몫이었다. 별도로 논문작성법 특강 같은 것을 챙겨 듣는데, 질적 연구에 끌려 버렸다. 허나 우리학교 우리 과는 석사 수준에서 질적 연구는 가급적 하지 않도록 권장되는 영역인지도 미처 몰랐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여서 내 동기조차 2년 동안 오프라인으로 만날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에 '우리 OO 선생님 훌륭해요. 내가 믿는 사람이죠'라며 칭찬을 하셨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럴수록 나의 불안감을 증폭됐다. 논문에 대한 언질은 전혀 없는채, 나의 알잘딱깔센력을 최대한 발휘해 논문을 계획하고 작성해가야 했다.


보통 2년이 되는 4학차에 석사학위논문을 써서 졸업하는데, 3년이 지나도록 나의 입학동기 5명 중 2명만이 졸업했다. 그 두 명 마저도 직장을 병행하지 않고 연구실에서 근무하는 조교였다.

당시 박사와 석사과정을 통틀어 졸업률이 30%로 떨어져 비상령이 내리기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터넷에는 검색하면 안 알려주는 것이 없고, 안 나오는 것이 없는 줄 알았는데, 논문 작성법 만큼은 없었다. 논문 작성은 무슨 기밀이라도 된다는 듯 논문 컨설팅만 가득했다. 당시 내 지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진다고 하는 논문 컨설팅을 받아 졸업했는데 나는 당시 그럴 여력이 없었다. 이미 3학차 동안 매주 연달아 휘몰아치는 과제와 발표로 인해 지쳐있었고 직장도 바쁘게 돌아갔기 때문에 에너지가 바닥났다. 사실 방법을 알았다면 무엇이라도 해보았을텐데 아예 방법을 모르니 벽에 부딪혔다.


심지어 다들 논문 잘써서 졸업 잘만 하는 것 같은데, 왜 나만 못하지라는 절망감에 빠지기 쉽다. 자존감이 뚝뚝 떨어졌다.


이 어려움들은 논문을 시작할 때의 어려움이다. 이 외에도 모르는 것이 많아 맨땅에 헤딩한 사람으로서, 논문을 작성하며 겪는 다채로운 일들이 있는데 공유해보고자 한다.


논문을 다 쓰고 보니, 시작이 반이 맞긴 하다. 일단 시작하고 그 다음 고비를 넘고, 또 그 다음 산을 넘고, 그리고 또 그 다음 산을.. 넘을 산이 매우 많긴 하지만, 넘다보면 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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