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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생각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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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잉웰제이드 Sep 27. 2023

'사유'를 하기로 한 이유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 그 생각을 브런치북에 실을 글로 쓰다 보면, 10줄이면 될 것을 괜히 20줄로 양을 늘리려 노력하게 된다. 쓰고 보니 후반부에는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라는 정확한 의도 없는 문장이 만들어질 때도 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때 한 번쯤 해본 일이다. 교수님이 정한 분량 1,000자, 또는 A4 용지 10장을 채우기 위해 간단명료한 말도 굳이 풀어서 쓴 기억이 있다. 


  그래서  3줄이 되더라도 그때마다 떠오른 생각이나 감정을 매거진에 기록하기로 했다.  

  매거진 제목을 '사유 노트'라고 지었다. 사유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1. 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

  2, 개념, 구성, 판단, 추리 따위를 행하는 인간의 이성 작용.


  사유는 '생각'이나 '사고' 보다는 깊이감이 있다. 단순히 일상에서 덜 사용하는 단어라서 그렇지는 않다. 이런저런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니는 것보다, 한 가지에 대해 평소보다 깊게 생각하는 것이 '사유'에 가깝다고 본다. 중학교 수학 시간, '1+1=2의 증명'에 대해 배운 적 있다. 그 당시에는 꽤 충격적이었다. '1+1=1이 될 수도 있구나', 그리고 이를 증명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사유에 가깝겠구나 했다. 


  현대인들에게 '사유'할 틈이 없다고 한다. 짧은 분량의 즐길 거리가 너무 많다. 그리고 독서처럼 능동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게 하는 수단보다, 영상처럼 수동적으로 뇌를 채우기만 하는 수단이 많아졌다. 

  교수가 되기를 꿈꾸며, 대전의 한 대학에서 석사생 연구를 돕고 있는 박사생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요즘 애들은 그냥 사고할 능력이 없는 거야."


  이 한 마디만 놓고 보면, 굉장히 편향적이다. 이 말이 나온 연유는 이렇다. 당시 챗GPT로 논문을 작성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꽤 수준 있는 플랫폼들이 상용화됐다. 나도 낮은 등급의 챗GPT를 활용해, '어느 지역에서, 리뷰 별점 몇 점 이상의, 가격은 어느 정도의, 어떤 분위기를 식당을 추천해 줘'라고 물어보고 '요즘 세상 좋아졌구나'를 체감했다. 이처럼 논문도 챗GPT를 활용해 쓸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논란이고 이슈였다. 나는 미래에 챗GPT가 더 발전할 것을 염두해, 가정을 하나 했다.

  "만약 네가 교수가 됐을 때, 학생들이 챗GPT를 활용해서 과제를 제출하고 논문을 쓴다면 어떻게 할 것 같아?"

  "괜찮아. 정보 수집이 어려운 시대는 끝났잖아. 결국은 사고하고 사유하는 능력의 문제라고 봐."

  친구는 이런 말을 하며, 오히려 당시 대학원 수료 상태로 논문 쓰는 일에 머리를 싸매고 있던 나에게 좋은 챗GPT 플랫폼을 하나 소개해줬다. 100페이지에 달하는 논문을 넣으면, 요약해서 정리해 주는 플랫폼이었다. 나는 이 플랫폼 링크를 받고 또 질문했다. 


  "결국 이런 똑똑한 기술을 활용해 사람들의 일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흔히 말하는 잡무를 줄여서 우리 모두가 하루 8시간씩 일할 것을 하루 4시간씩 일하면 어떨까? 아니면 주 3일을 출근하든지. 그 시간에 다른 취미나 여가 생활도 더 즐기고 말이야."

  "음.. 그런데 우리 일을 줄이기보다, 더 어려운 일을 기대하고 시키지 않을까?ㅎㅎㅎ"

  뭐가 맞을지는 모른다. 기술 발전으로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더 줄 수 있을지, 아니면 지금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상처럼 전문성의 기준이 점점 높아져서 격차가 더 벌어질지 말이다.  


  매거진을 통해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에서 끝나지 않고,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이런 것이구나'라고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훈련을 하고 또 기록을 해보고자 한다. 어떤 날은 그리 깊지 않더라도, 한 발자국, 그리고 두 발자국 조금씩 깊이 가보는 일상을 기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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