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토피아에서 절망만 하지 않기로

by 훈재

이 세상은 디스토피아다.

기후 위기는 심각해지고,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발발한다. 세대와 성별 그리고 종교와 빈부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내 삶에도 악재가 노크 없이 들이닥친다. 올해 초에 갑작스럽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곧이어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결혼하고 있는 와중에 나는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나를 둘러싼 거시적이고 미시적인 세계는 언뜻 보면 황량하기만 하다. 그러나 나는 절망만 하지 않기로 했다. 주저앉아서 낙담만 하고 있기에는 이미 손에 쥐어져 있는 행복이 아까웠다. 이러나저러나 우리 집 앞의 식당에서 파는 돼지 김치찌개는 언제나 맛있고, 저녁에 운동장에서 6km를 뛰고 나면 정말 상쾌하고, 친구들과 영화 얘기를 나누며 기울이는 술은 너무 달콤하다. '언제나', '정말', '너무' 행복한 순간이 분명 존재하고 있다. 그것들이 우량한 반딧불이가 되어 주변의 어둠을 걷아내고 내가 발을 내딛을 수 있게 도와준다.


<디스토피아에서 절망만 하지 않기로>는 슬프고 즐겁고 아프고 그리운 일상을 그러모은 에세이다.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예쁜 슴슴한 풀꽃 같은 이야기를 담았다. 결코 절망만 하지 않고, 손에 움켜쥔 빛을 느끼며 글을 썼다. 나의 글이 당신의 어둠을 밝혀줄 작은 반딧불이라도 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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