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érotisme
오직 거센 바람만이
저 텅 빈 터널을 채울 수 있는 것처럼
오직 채워지지않는 그릇만이
물을 기를 수 있는 것 처럼
텅 빈 이 곳에 그저 던져진 채로
다를 것 없는 존재로
발 밑 나무 뿌리가 벗겨질 만큼
발을 구르고 아무리 차고 또 차도
늘 외면하는 이 땅 위에서
응답없는 너의 하늘 아래에서
앞을 향해 고개 드는 당신만이
이 산 너머
뜨겁게 타들어가는
정오의 노을밭을 바라 볼 것이다
결국 끝날 것을 알면서도
거듭 번져가는 저 들불속으로
너도 너의 죽음을 던질 수만 있다면
고독 속에서 번져가는 잉크처럼
이 삶을 긍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