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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작 Oct 18. 2023

에로티즘

L’érotisme

오직 거센 바람만이

저 텅 빈 터널을 채울 수 있는 것처럼


오직 채워지지않는 그릇만이

물을 기를 수 있는 것 처럼


텅 빈 이 곳에 그저 던져진 채로

다를 것 없는 존재로


발 밑 나무 뿌리가 벗겨질 만큼

발을 구르고 아무리 차고 또 차도

늘 외면하는 이 땅 위에서

응답없는 너의 하늘 아래에서

앞을 향해 고개 드는 당신만이


이 산 너머

뜨겁게 타들어가는

정오의 노을밭을 바라 볼 것이다


결국 끝날 것을 알면서도

거듭 번져가는 저 들불속으로

너도 너의 죽음을 던질 수만 있다면


고독 속에서 번져가는 잉크처럼

이 삶을 긍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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