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빛이 거리를 밝히던 그날
늙은 태양은 저 산을 넘지 못했고
바다가 보이는 절벽에 몸을 뉘였다.
웅장한 행진곡의 리듬 속에서
얼굴을 잃은 그들의 환호성.
요란한 웅성거림이 창틀을 흔들며
방 안으로 기어코, 비집고 들어오고
말없는 펜은 그 박자에 맞춰
응답을 기다리는 것처럼
웃고 떠드는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꼭 누군가를 찾고 있는 것처럼
흔적 없는 종이 위를 두드린다.
검은 바다위로 금빛 폭죽이 연달아 터졌고
그들은 짧은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았다.
매캐한 화약 냄새가 뒤섞인
잿빛 안개 사이로
땅에 도달하기도 전에 소멸하는
어느 것 하나 태워낼 수 없고
추락조차 허락되지 못한
가여운 붉은 먼지들 사이 사이로
평생을 앉은뱅이로 살아온
그 노인의 빈 자리가 보였다.
구멍 난 하늘, 그 곳으로부터
밤은 흘러내리며 거리를 적셨다.
벽에 매달려, 제 자리를 맴도는 전구 불빛과
길바닥을 나뒹구는 쓰레기더미 속에서
그들은 거리의 모든 빛을 떼어 내, 입에 물고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절벽을 향해, 언덕너머로 올랐다.
절벽 위에 누워 차갑게 식어가는
힘 없는 노인이 내 뱉는
바람 빠진 숨소리 앞에서
그들은 맛있는 것을 발견하기라도 한 듯
침을 흘리며 바위 곁으로 다가갔다.
마치, 털 속의 이를 문질러 죽이는 짐승처럼
비에 젖은 불씨를 비벼, 다시 태우려는
쓸모 없는 부싯돌처럼
온 몸으로 그를 흔들었지만
그의 시체는 더 마르고 딱딱하게 굳었고
떨어지는 각질과 부스러기만이
그가 살아있었음을 말하고 있었다.
그들은 훼손되고 작아져 버린
그 몸을 안타까워하며
가져온 빛들로 바위를 칠했다.
보랏빛 매력이 크게 한 줄
주홍빛 깨달음이 작게 한 줄
초록빛 속에 숨은
위선의 얼굴을 그렸고
새로운 해를 띄우기 위해
행복과 번영과 소망을 담아
나의 승리와 너의 패배를 기원하며
절벽 아래로 노인의 시체를 던졌다.
축축하게 젖은 밤의 거리
지하에서 숨어 살던 흙벌레들이
올라와, 습기를 마신다.
작은 날개를 비비며
희미하게 거리를 깨운다.
모든 빛이 사라진 방
책상에는 고장 난 펜과
마른 종이 한 장이 밤 속에 잠겨 있고
모든 색이 덧칠해져 검게 변한
벽을 한 남자가 바라본다.
그는 고장 난 펜으로 굳어버린 벽을 긁는다.
한 줄씩, 한 줄씩
덧칠해진 색을 걷어내면
색이 바랜 누런 오줌 자국처럼
나아가지도, 돌아가지도 못해
그 자리에서 굳어가야만 했던
어린 시절, 아버지가 붙여 놓은
스티커 한 장.
이제는 뭉개지고 흩어져
알아볼 수 없는 흔적 위에
펜을 두드린다.
어둠 속으로 붉은 잉크가 번진다.
마지막 파도 소리가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