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를 통해 느낀 것
재개봉 영화 보기
이 봄에 다니던 학교를 잠시 멈추고 군대를 가는 큰 아이의 취미가 재개봉 옛날 영화 보기이다.
마블과 DC를 좋아하고, 생각하는 영화를 좋아하는 아이다. 여느 아이들 같이 최신 영화 친구들과 왁자지껄하게 개봉관을 찾아다니지 않고 혼자 수업이 없는 오전이나, 휴일 오전에 재개봉관을 찾아 서울 전역을 뒤져서
A3 클리어 파일을 메고 영화 팸플릿을 수집하고 다닌다.
아이는 내가 어렸을 적에 아직 존재조차 몰랐던 대부 1. 2와 나는 어머니 몰래 비디오로 빌려보던 크로넨버그 크래쉬와 스릴러 교과서로 알려진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멀홀랜드 드라이브 그리고 함께 봤던 원령공주와 화양연화 등이 있다. 내가 철없을 적에 결혼도 전에 했던 꿈이 미래소년 코난, 원령공주, 라퓨타 등을 미래의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막연한 생각만 했지만, 큰아이 덕에 나의 젊었을 적 로망이 실현되었다. 그것도 재개봉영화라는 더 깊게 몰입하고 보게 되었다. 아들과 대부의 캐릭터들에 얘기했었는데 비토 콜리오네 말론 브란도의 연기가 너무 좋았고 그 영화 최애 캐릭터라고 했고, 내가 아들에게 마이클 콜리오네 알 파치노의 우울한 광기 어린 연기에 대해서 물었더니, 강력히 동의를 해주었다. 대부 2에서의 로버트 드니로 젊었을 시절을 본 아들은 참 연기가 어메이징했다고 평까지 남겼다.
OTT홍수에서 마시는 신선한 오리지널
요즘 같은 OTT시대에 왠 재개봉영화라고 말할 수 있지만 양이 많아질수록 오리지널에 대한 갈증은 어느 시대보다 진해지는 게 사람의 감성이다. 할리우드 만 해도 오리지널을 더 이상 만들지 못하고 애니를 실사화로 실사를 애니로 만들고 당장 마블이나 DC도 오리지널이 만화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 이상 오리지널이 나오지 않는 시장이 원망스럽기도 하고, 오리지널의 실험정신이 사라진다는 의미여서 우울하기까지 하다.
원령공주 라퓨타를 어둠의 경로로 밖에 소비할 수 없었던 세대였던 나는 극장에서 30년이 넘은 애니메이션을 다시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세계였다. 영화가 주는 감동은 스크린으로 대형 스피커로 보게 되면 감동의 깊이가 다르다는 것을 온몸으로 알았다. 화향연화 계단 장면, 덥게 흐느적거리는 음악과 영상은 인터넷이나 TV의 그 것과는 사뭇 다르게 손끝부터 발끝 머리카락 끝까지 흔들고 나갔고 아이들과 소통의 창구가 된 것이 참 기쁘기도 했다.
문예부흥 문체반정사건 오리지널의 다른 이름
그리스 로마 서질의 오리지널의 재발견했던 르네상스 시절의 유럽이나, 문체반정이라는 오명과 붉은 딱지 속에서의 인간의 본성을 치열하게 탐구하고 조망했던 조선 후기 혁신적인 선비들의 오리지널에 대한 열망도 유사한 흐름이었다. 하물며 조선 최고의 개혁 계몽 군주였던 정조가 핍박의 주인공이라는 면도 참으로 드라마틱하다. 르네상스로 인해 종교개혁 그리고 멀리 자본주의 산업혁명이 어둠의 1000년을 이겨냈고, 문체반정으로 열기를 꺾어버린 정조였어도, 도도한 인간본성 탐구와 오리지널에 대한 선비들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더 바라기는 어렵지만, 정조가 조금만 더 시대를 일찍 알았으면 일본에게 먹히는 역사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2026년의 오리지널
우리 아이들이 70 80 90년대의 노래를 즐겨 듣고, 요즘 노래는 맛이 없다 하며 접어두는 것을 보면 오리지널에 대한 열망이 일정 부분 남아서 흐른다는 것을 보고 듣고 느낀다. 이런 것도 일종의 재개봉 영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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