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부음 속에서

by 자루

친했던 친구 모임 중에 연애, 출산, 결혼, 집구입 및 기반마련이 제일 빨랐던 이의 부음이 가장 이르게 들려왔다. 여러 친구들이 오랜만에 모여 우리들의 추억과 현재의 삶과, 미래를 얘기했다. 스스로의 건강과 관리 자세등에 관련하여 나눌 수 있었다. 연 이틀 모여서 친구의 가족을 모여 위로하고 서로 안부를 챙겨줬다.


18년 전쯤 전에 병원 영업일을 하고 있었다. 그 당시 주로 고객을 만나러 가는 곳이 병원 내의 수술실, 공급실, 중환자실들이었고 우연찮게 수술 대기실에서 수간호사를 기다리며, 수술 직후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인상 깊게 기억이 남는 장면이 있다.


수술을 진행했던, 교수가 환자의 몸에서 적출되어 나온 것으로 보이는 붉은 위를 테이블 위에 펴놓고 자세히 설명하며 환자의 가족을 야단치는 장면이었다. 나로서는 고객을 기다리며 봤던 짧은 순간이었지만 너무 충격이어서 기억에 선연히 남아있다. 감염관리 측면에서 나 같은 외부인이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것도 이게 맞나 했지만, 그것도 고객이 들어와서 보자고 했었다. 의사 말하기를 "수술 시기를 5개월 놓쳐서 20~30년 더 살 수 있을 환자가 잘해야 2년 살게 됐어요." 노기 띈 목소리로 환자의 가족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그 당시 내 나이 팔팔한 30대였고, 의사가 얘기하는 20~30년은 정말 영원처럼 느껴졌다. 속으로 결정을 잘못해서 당장(2년 내) 죽는구나, 저분의 끝은 어찌 되시나. 여러 가지 생각이 났던 것 같다. 지금은 그 당시보다 약해진 나 그리고 숱한 주변의 죽음들을 겪어보고 나니 그때의 기억이 더욱더 생생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때만큼 처럼 공포스럽거나 낯설거나의 정도는 아주 쪼금 약해졌다. 나이를 먹고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을까?


죽음이 닥치면 나는 어떤 모습 일까도 생각해 봤다. 흔히 자다가 그냥 조용히 깨끗하게 저 세상 가고 싶다고 하지만 그런 죽음은 결단코 없다고, 아는 동생 의사가 말을 했다. 자기도 "의사로서 숱하게 가족들도 없이 혼자 갑자기 응급실에서, 입원실에서, 중환자실에서 죽음의 격렬한 고통을 맞으며 죽어가는 것을 봤어.". 배우자 자녀들이 그 장면을 못 봤으니 그냥 조용히 가셨구나 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지금부터 생각하는 게 조금은 아니 많이 우울하지만, 창졸간에 다가올 그 순간의 마음을 준비하는 것도 위엄 있는 사람의 자세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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