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일 년 넘게 정말 미친놈처럼 열심히 달렸다. 그전부터 꾸준히 해오던 새벽 운동이 수영에서 달리기로 바뀌고 러닝 클래스를 듣고 관련 모임에도 참여하며 활동하며 너무 즐거운 시강을 보냈다. 지금도 달리기와 그때 만난 사람들의 인연은 나에게 큰 힘이 된다. 폐렴으로 한 달 정도를 달리지 못하고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기량이 달아날까 봐 달리기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늘 있었고 때로는 부상보다 우선시 되던 훈련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폐렴에 걸리면서 모든 걸 내려놓게 되었다. 내려놓았다기보다 몸이 아프니 아무 의욕이 없이 무기력 해졌었다. 그냥 편히 쉬고만 싶었다. 그렇게 글 쓰는 것 이외에 모든 것을 멈추었다. 생각도 정리기 되고 다시 제로베이스가 된 원점에서 나의 삶을 바라보았다. 지난 열심히 달린 시간은 너무 즐겁고 아름다웠고 나 자신 스스로도 보람되고 뿌듯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한정된 나의 에너지를 100% 이상을 뽑아 썼고 그래서 결국엔 건강에 탈이 난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2011년 회사 생활 2년 차 때 차장 부장님들의 모습을 보고 ‘지금에라도 칼을 빼들지 않으면 저들의 모습이 나의 미래겠구나’ 하며 퇴사 선언을 하고 인사과장과의 면담에서 나의 역할에 대해 나열해 적어보라고 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그때 빈 종이에 적어 내려간 것에서 나의 결정에 흔들림을 주었던 것들이 생각이 났다. ‘아들, 형’ 거기에 이제는 ‘남편, 아빠‘와 같은 더 굵직한 역할까지 생겨난 상황이 되었다. 비록 예상된 차장님 부장님과 같은 삶을 살고 있지만 그 당시엔 나에게 흔들림을 주던 역할들이 이제는 더 단단해지고 묵직하게 나의 중심을 잡아주게 하고 있다.
열심히 달리면서 얻은 것도 있지만 그간에 놓쳤던 것들이 떠올랐다. 나사 빠진 사람처럼 삐걱거리며 지내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다시 그 풀렸던 나사를 조여야 할 때임을 깨달았다. 내 삶에서 중요한 것에 대한 우선순위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가족이 그 중심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