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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의 거울 속의 그림
손의 동굴
약 10000년 전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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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도
Aug 22. 2020
Cueva de las Manos 손의 동굴 (약 10000년 전 아르헨티나)
이것은 최초의 초상화다.
눈 코 입이 달린 초상화보다 더 분명하게
그들의 실존을 증거한다.
그들이 지평선 너머에서 영원을 예감했을 때,
삶과 죽음의 전선에서 전진기지가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했을 때,
겹쳐있는 손자국들 위에 자신의 손자국을 찍었을 때,
우리는 가장 현대적인 개인의 근원 뿐만 아니라
가장 현대적인 미술의 근원과도 만나게 된다.
아무 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하얀 캔버스 위에
악착같이 자신의 사인을 남기는 당당한 기쁨.
바위 위에 손자국을 찍는 순간
그는 이 세계와 계약을 맺은 것이다.
모든 문제의 원인인 시간
감상적이기 그지 없는 죽음
인간과 사물의 잡종인 개인
손자국이 움켜잡은 이 마법의 세가지 요소에서
뜨거운 불꽃이 튀어오르면
돌로 된 천정에서 염소와 소들이 뛰어다니고
일렁이는 그림자 속에서 신이 고개를 들고
남자와 여자가 몸을 가리고
사물이 힘과 의미를 가지고
고귀함과 저속함이 뒤섞이기 위해 분리되고
대지를 내리 누르는 중력에 의해 시간이 고여들고
내 머리는 안개처럼 부풀어올라 온 세계를 뒤덮을 것이다.
아, 그리고 두 번 다시는
맑아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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