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미상
Portrait of Barbara van Beck 바바라 반 벡의 초상화 / Unknown artist 작가 미상 (1640년대)
우리는 이 그림의 작가가 누구인지 모른다.
별 볼 일 없는 뒷골목 3류 화가일 수도 있고
혹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저명한 화가일 수도 있다.
(아마 전문가들은 알 것이다. 그러나 난 모르겠다.)
그가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도 모른다.
어떤 고약한 취향을 가진 구매자를 위해 그렸을 수도 있고
혹은 개인적인 기쁨을 위해 그렸을 수도 있다.
난 이 화가를 잘 모르지만
이 화가를 잘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상상한다.)
만약 그림이라는 게 화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라면
나는 이 화가가 털투성이 바바라를 얼마나 따듯하게
얼마나 인간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본다. (상상한다.)
털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눈은 얼마나 영민하고
또 얼마나 부드러운가. 그녀의 눈가에서
약간의 슬픔, 약간의 피로, 그리고 인내를 느끼는 건
내가 그녀의 털에 현혹되어 그녀를 얕보기 때문인가.
나는 그녀의 인격을 복원시키기 위해
그녀의 여성을 찾아주려는 화가의 섬세하고
도전적인 노력을 본다. (상상한다.)
머리끈, 입술, 가슴골, 세 곳에 선명하게 표시해 놓은 빨간색.
마치 털로 가득 찬 그녀의 희귀하고 괴기한 얼굴로부터
모든 시선을 빼앗아서
다시 그녀에게 다정한 추파와 함께 되돌려주려는 듯이.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그 빨간색은 마치 우리를
위로하고 또 고발하는 것 같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