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제임스 마샬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Shadow of His Former Self
과거 자신의 그림자로서의 예술가의 초상 / Kerry James Marshall 케리 제임스 마샬 (1980)
검은색은 무섭다.
검은 하늘, 검은 물, 검은 동굴, 검은 천, 검은 화면, 검은 양복, 검은 고양이, 검은 손톱.
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건 검은 얼굴이다.
명암도 없는 그림자같은 새까만 얼굴은
대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나.
보이는 거라고는 희번덕거리는 흰자위와 지나치게 하얀 이빨 뿐,
이 검은 얼굴을 이해할 수도 믿을 수도 없다고 말한다면
죄가 되려나?
미안해요.
차라리 모른 척 멀리 도망쳐버릴까?
정오의 눈부신 태양이 하얗게 내리쬐는
그림자 하나 없이 텅빈 광장으로?
그런데 막 돌아서던 우리는 활짝 벌어진 검고 커다란 입 한 가운데에
이빨 한 개가 빠져 있는 걸 본다.
그 작은 구멍으로 휘파람 소리같은
검은 웃음이 새어나온다.
검은 웃음은 무서워.
그런데 우스워.
그는 정말 웃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