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거
인간이 기계화되는 건 두렵지 않다.
우린 거기에 익숙해져 있으며
이미 어느 정도는 기계적이니까.
결국 진화란 더욱 정교 해지는 것이고,
기계만큼 정교한 것도 없지 않은가.
우리가 경계해온 디스토피아란 것도 결국
우리가 꿈꾸는 유토피아일 뿐.
이제는 기계적인 종말 또한 얼마나 현실적인지.
인간이 기계화되는 건 전혀 두렵지 않다.
앞으로- 앞으로 -
하지만, 기계가 인간화되는 건 우리를 두렵게 한다.
그건 진화의 끝이 막혀있으며 결국 역류하리라는 불안 때문이고
또 그것 역시 통제할 수 없이 야만적이기 때문이고
또 그것이 여전히 지극히 인간적이기 때문이고
또 그 '인간성'이 우리가 기계가 되기 위해 가장 먼저 버린 것들이기 때문이고
또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역시 인간이라는 수치심 때문이고
또 무엇보다
아름답기 때문이다.
이 난잡한 무기질 생식기들의 영원한 침묵
그리고 고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