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터 콜비츠
죽음과 모성,
세상에서 가장 유치하고 진부한 이야기.
죽어야만 하는 생명을 멋대로 낳아놓고
뻔한 그 죽음을 애통해하는
그 가증과 어리석음에 대한 고발 때문이 아니라면
반복할 필요가 없는 이야기.
그러나 때때로 예술은 이야기를 압도한다.
마치 육체적 고통이 정신적 고통을 압도하듯이.
우리를 비수처럼 찌르는 것은
그 형상도, 명분도, 사연도 아닌
바로 저 연필의 선(線).
흑연의 뭉침과 풀어짐과 겹침,
그 교묘한 감각의 기술이
그 어떤 그럴듯한 형상이나 명분이나 사연보다
재밌다.
(그래, 하지만 조금 솔직해지자면
그래도 여전히 우리는
저 짐승같이 커다란 발을 알아보고
치를 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