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믿음이 완전할 때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믿음이 완전할 때에만 가능한 현실은
완전하지 않기에
비현실이 된다.
환상은
믿음이 완전할 때나
현실이 불완전할 때가 아니라
비현실이 위기에 처했을 때 그것을 구원하기 위해
밤하늘의 별처럼
(어디선가, 멀리서, 눈앞에, 반짝이며) 나타난다.
환상이 모든 틈으로 파고들어
철저히 부수면서 동시에 메꾸며
단단하게 펼치고 반들반들하게 닦아
거울처럼 서로를 마주 보는 믿음과 현실이 더 이상
너와 나를 구분하지 못할 때
자기 자신을 까맣게 잊을 때
완전과 불완전의 구분조차 사라질 때
비로소 우리는 타락한 첫 숨을 내쉬며 세상에 태어난다.
그리고 순수한 적이 없었던 작은 눈으로
이 완벽하게 비현실적인 세상을 만족스럽게 둘러보지만
어째서 자꾸만 눈물이 나는지
영문을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