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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Jun 15. 2021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A short film about killing 살인에 관한 짧은 필름 (1988)






죽음은 일면 드라마틱해 보인다. 


순진한 꿈과 모험처럼.


전쟁은 마치 신성한 서커스와 같고


우리는 차라리 쾌활한 악마가 되고 싶어 진다.


비인간적이거나 초인간적인 존재는 될 수 없어도 최소한 


탈인간적인 존재가 되어 


가장 극악무도한 짓이라고 하는 살인도


아무렇지 않게 해 보고


죄를 추궁하는 사람들을 향해 천진하게 미소 지으며


구차하고 평범한 세상을 깔보고 싶다는


(인간의, 사회의, 국가의) 


서늘한 몽상.


네가 날 죽이고 싶다면? 그래, 죽어주지, 뭐.


주저 없이, 미련 없이, 코웃음 치며,


싱거운 농담이라도 한 마디 지껄이면서


상쾌하게 끝장나는 거지.


그럼 모든 게  공평해지는 거잖아.


그렇잖아? 


그러나 우리가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건


(설사 내가 이 세상 사람들을 남김 없이 죽인 살인자라 해도)


이 세상에 나 자신의 죽음만큼


불의하고 불공평한 일은 결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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