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폭동도

겸재 정선

by 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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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瀑洞圖 만폭동도 / 謙齋 鄭敾 겸재 정선 (18세기 중반)






우리 옛 그림은


정열이 없고, 상상력이 없고, 솔직함이 없고,


그리는 행위의 기쁨이 없고, 야심이 없고, 헌신이 없고,


자유가 없고, 전복이 없고, 현대성이 없다고,


(솔직히 말해서 '질이 떨어진다고')


그렇게 생각해 왔다.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명품을 만들려고 하는 아집,


동시에 그림을 얕잡아보며 전통을 답습하는 고리타분함,


한계를 넓혀가기보다 점점 좁혀가는 자폐성,


그런 것들이 나는 너무나 지루하고 부끄러웠다.


그런데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솟구쳐 나와 푸하 숨통이 트이는 것처럼


이 그림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바람과 풍경과 사람이 이토록 생동감 있게 어우러지고


기교와 정서와 재료가 서로를 위해 적당히 물러나는 그 자리에서


그림이, 오롯이 그림이 즐거워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는 한 마리 새처럼


활짝 열려있는 그림 안팎을 날아다니며


휘몰아치는 계곡과 멀리 조용한 산등성이까지


입체도 평면도 아닌 시선의 걸음걸음까지


먹물과 필선 뒤로 보이지 않는 구석구석까지


기꺼이 둘러볼 수 있다.


그리고는 야, 그것 참 구경 한 번 자알했다, 어깨를 흔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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