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호퍼
Nighthawks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 Edward Hopper 에드워드 호퍼 (1942)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장면.
매일 스쳐 지나가는 풍경.
딱히 사연이 있다고 하기도, 딱히 고독하다고 하기도 뭐한
그저 평범한 매일의 일상.
평화롭다고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런데 이 텅 빈 여백은 어디서 오는 걸까?
단언컨대 이것은 그림의 여백이 아니다.
(만약 여기에 그림의 여백이라고 할만한 게 있다면 그것은
그림 전체가 저만치 뒤로 물러나 침묵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이 그림을 바라보는 우리 자신의 여백이다.
홀로 밤거리를 걸어본 사람이라면 알게 되는,
길을 잃은 것도 처음 와본 것도 아닌데
문득 멈춰 서서 두리번거리다가 의미 없는 뭔가를
(깜빡이는 신호등, 불 꺼진 쇼윈도, 고개를 수그린 행인, 그림자 속에 더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
멍하니 바라보는,
그리고는 더 이상 갈 곳이 떠오르지 않아서
혹은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지긋지긋해져서
아무 편의점이라도 들어가 하얀 형광등 아래에서 서성대는,
마치 내가 그 누구라도 상관없는 것처럼
마치 이건 인생의 계산서에 포함되지 않는 것처럼
너무나 한가하고 청명한,
순간
-의 여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