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죄인들을 집어삼키고 있는 사탄

by 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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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an devoruing the damned in the Hell (Florence Baptistery)

지옥에서 죄인들을 집어삼키고 있는 사탄 (피렌체 세례당) (13세기)





때로는 뒷걸음질 치고 싶을 때가 있다.


순진하고 겁이 많던 시절로.


착한 사람은 천국에 가고 나쁜 사람은 지옥에 가는 게


당연했던 시절로.


이 세계 뒤에 있는 더 큰 세계는


더 단순하고 더 밝고 더 선명할 거라고 믿었던 시절로.


신이 당연하고 영혼이 당연하고 영생이 당연하고


사랑과 생명이 당연했던 시절로.


그럴 때면 지옥도를 꺼내 본다.


(천국은 심지어 어릴 때도 지루했으니까.)


지옥은 끝없는 어둠을 연료로 영원히 타들어가는 망각의 화염이다.


악마들은 죄인들을 고문하며 그 비명 소리에 맞춰 캉캉 춤을 춘다.


그들 가운데서 지옥의 왕 사탄은 자신의 꺾어진 날개를 깔고 앉아


자신의 모든 구멍으로 죄인들을 씹어 삼키며 웃음과 울음을 동시에 터트린다.


죄인들은 감히 불평을 하지도, 울지도, 소리 지르지도 않는다.


지옥은 이제부터 시작이며 늘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 화려하고 열정적인 축제의 흥을 깨서는 안 된다.


차라리 당당한 일원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즐기는 편이 좋을 것이다.


과연 지옥에도 음악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음악일까?


지옥도 사탄도 죄인들도 모두 그 음악에 맞춰 합창을 하고 있을까?


그러다 이 촌극이 어이가 없어서 한 번씩 다 같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할까?


이런 상상을 하다 보면 절로 사무치며 즐거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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