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스펜서
Double Nude Portrait 이중 누드의 초상 / Stanley Spencer 스탠리 스펜서 (1937)
참으로 해괴한 일이다.
벌거벗은 남녀의 몸이 조금도 야하지 않다니.
저렇게 여보란 듯이 사지를 펼치고
성기를 벌겋게 드러내놓고 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비장한 고깃덩어리처럼
껍질을 벗겨 낸 것도 아니다.
심지어 이건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고
마네킹이나 대리석 조각처럼 차갑지도 않고
의학용 자료처럼 정교하지도 않다. 그럼
성애도 죽음도 아름다움도 사물도 대상도 아닌
사람의 몸이란 대체 무엇일까.
성애도 죽음도 아름다움도 사물도 대상도 아닌
사람의 몸을 뭣하러 그린단 말인가.
이것은 상징, 표상, 의미를 제거한 사실주의인가?
아니면 상징, 표상, 의미를 배제한 허무주의인가?
진실하다고 하기에는 시큰둥하고 냉소적이라고 하기에는 성실해.
에잇.
먹고 싸고 자고 깨어나고 씻고 구부리고 펴고 벗기고 감싸야 하는
번거롭고 구차한 육신의 일과처럼
이 그림을 그리는 행위도, 보는 나의 행위도
번거롭고 구차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