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한때는 갓 태어난 아이였지.
이 세계의 마지막 아이. (비록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이지만)
마치 온 세계의 희망을 담보라도 하는 것처럼 소중했지.
죽음은 이미 너무 흔해 빠져서 닳고 닳았지만
탄생은 여전히 신성하고 새로웠어.
그러나 그 마지막 아이도 결국 죽을 것이다.
(죽임을 당하거나.)
아무런 희망도 없이.
대체 자신은 왜 태어났을까 의문에 휩싸여서.
역시나 곧 죽어버릴 산 자들을 질투하면서.
그런데도 굳이 또 다른 마지막 아이가 태어날 필요가 있을까?
그 마지막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다른 마지막 아이들이 목숨을 바치는 게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차라리 이 지루하고 감상적인 반복은 집어치워버리고
스스로 진짜 마지막 아이가 되어
다 함께 멸종해 버리는 건 어떨까?
그저 깨끗하게.
그러나 내가 당장 자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불가사의한 이유로 인해
인류 역시 어찌 되었든 살아남으려고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인류는 하나의 시선에서 또 다른 시선으로 옮겨가며
여기에 언제까지나 머물 수 있기를 희망할 것이다.
잊혀지지 않기를.
모든 게 그저 헛되지 않기를.
이 아이가 바로 정화와 구원의 구세주이기를
기도하면서.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마지막 아이를 기다리는
마지막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