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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Nov 24. 2022

칠드런 오브 맨

Children Of Men 칠드런 오브 맨 (2006)





우리도 한때는 갓 태어난 아이였지.


이 세계의 마지막 아이. (비록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이지만)


마치 온 세계의 희망을 담보라도 하는 것처럼 소중했지.


죽음은 이미 너무 흔해 빠져서 닳고 닳았지만


탄생은 여전히 신성하고 새로웠어. 


그러나 그 마지막 아이도 결국 죽을 것이다.


(죽임을 당하거나.)


아무런 희망도 없이. 


대체 자신은 왜 태어났을까 의문에 휩싸여서.


역시나 곧 죽어버릴 산 자들을 질투하면서.


그런데도 굳이 또 다른 마지막 아이가 태어날 필요가 있을까?


그 마지막 아이를 지키기 위해 다른 마지막 아이들이 목숨을 바치는 게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차라리 이 지루하고 감상적인 반복은 집어치워버리고


스스로 진짜 마지막 아이가 되어 


다 함께 멸종해 버리는 건 어떨까?


그저 깨끗하게.


그러나 내가 당장 자살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불가사의한 이유로 인해


인류 역시 어찌 되었든 살아남으려고 할 것이다. 


그리하여 인류는 하나의 시선에서 또 다른 시선으로 옮겨가며


여기에 언제까지나 머물 수 있기를 희망할 것이다.


잊혀지지 않기를. 


모든 게 그저 헛되지 않기를.


이 아이가 바로 정화와 구원의 구세주이기를 


기도하면서.


그렇게 우리는 오늘도 마지막 아이를 기다리는 


마지막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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