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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Mar 22. 2023

어느 독재자



The president 어느 독재자 (2017)





영화가 거의 끝나가고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직전


별안간 한 순진한 감상주의자가 영화의 결말을 지연시키며 외친다.


[그에게 춤을 추게 합시다.]


진심일까. 


선하기 때문이든 멍청하기 때문이든 신경증 때문이든 상관없다.


정말 진심일까.


혹시 다른 사람들이 먼저 그렇게 외쳤다면 그는 오히려


[그의 목을 잘라 사거리 광장 한가운데 매달아둡시다.]


하고 울분을 토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영화는 그렇게 오래 지연되지는 않는다.


죽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과


죽는 게 너무나 아까운 사람이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만나


세상에는 죽어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 없으며


죽는 게 너무나 아까운 사람도 없다는 걸 알았으니 이제


독재자는 죽어야 한다. 


설사 그가 국민들을 진정 사랑했다고 해도


높고 단단한 궁전 안에서 아무것도 몰랐다고 해도


손자를 아끼는 평범한 할아버지였다고 해도


 좋은 사람이었거나 혹은


지금은 좋은 사람이 되었다고 해도


그는 죽어야 한다. 


기꺼이.


마침내 그도 알았을 것이다.


그것만이 이 영화의 올바른 결말이라는 것을.


오직 어린 손자만이 그것을 모르고 춤을 춘다.


모든 핏물이 흘러들어가 다시 모든 핏물을 씻어내는 바다의


파도 거품 속에서 


적인지 친구인지 모르는 관객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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