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십자가 위에서 무엇을 보았나

제임스 티소

by 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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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Our Lord Saw from the Cross 예수는 십자가 위에서 무엇을 보았나

by James Tissot 제임스 티소 (1886-1894)




그는 자신을 신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를 인간이라고 한다.


화가는 자신을 신이라고 한다.


그를 인간으로 만들려고 한다.


이것은 참으로 지리하고 오래된 싸움이다.


화가는 그를 올려다보고 내려다보고


옆에서 혹은 뒤에서 바라보며


사방에서 빈틈없이 그를 관찰하면서


그를 그림 안으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그를 허옇게 발가벗겨 놓고는


그의 육신을 찢어발기고 또 찢어발긴다.


자신이 인간임을 실토하도록 만들기 위해.


새로운 아담을 창조하기 위해.


그러나 새로운 창조주의 반란은 번번이 실패하는데


그의 육신을 아무리 죽이고 또 죽여도


그는 영원한 객체로서, 순수한 대상으로서


전지적 시점으로서 당당히 부활하여


그림 안에서뿐만 아니라 그림 바깥에까지


전능과 신성을 떨치는 것이다.


(하여 신자들은 그의 피 흘리는 육신 앞에서 저절로 무릎 꿇고 기도드려야 한다.)


그러나 보라. 이제 그는 철저하게 인간으로 육화 되었다.


오히려 그의 육신을 철저하게 포기함으로써.


이제 그는 더 이상 인간이 되기 위해 고문당할 필요가 없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그를 인간으로 만들기 위해 고문할 필요가 없다.


존재를 인간으로 타락시키는 것은 육체가 아니라


바로 시선이기 때문이다.


전지적 시점을 잃고


오직 하나의 1인칭 시점이 될 때


그리하여 그 찰나의 시선에 꿰매어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이


십자가에 못 박힌 듯 옴짝달싹도 하지 못할 때,


그는 비로소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신이 아닌 것이다.


그는 구원되는 것이다.


더도 덜도 말고 딱 나만큼.


(누가 감히 이 그림 앞에서 무릎 꿇고 기도 드릴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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