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레이스 박사 (웃으며) 그래요. 웃음 가스는 바로 그 풍선 안에 들어있습니다. 끈을 풀고 들이마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럼 여러분은 이 풍선처럼 허공으로 둥둥 떠오르게 될 겁니다.
시인 거 참 시적이군요.
호레이스 박사 천만해요. 시는 도리어 웃음을 멈추게 하죠.
여배우 그럼 희극적인가요?
호레이스 박사 그것도 아니죠. 이건 지적이지 않거든요.
과학자 말하자면 화학적인 거죠.
호레이스 박사 그래요. 모든 감정이 그렇듯이요.
사업가 어쨌든 공짜로 웃을 수 있다니 기쁘군요.
호레이스 박사 오직 공짜만이 진정한 기쁨을 줄 수 있습니다.
교수 이제 공짜인 건 지극히 드물어졌어요. 사소한 친절에도 가격이 붙죠.
호레이스 박사 만약 웃음에 가격을 매길 수 있다면, 오늘 밤 여러분은 모두 부자가 되실 겁니다. 아, 물론 이미 충분히 부자시지만요.
시장 우리에게는 돈보다 웃음이 더 필요합니다. 마음 놓고 웃어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어요. 우리가 웃으면 사람들이 화를 내거든요.
호레이스 박사 그렇다면 여러분은 정말이지 저를 잘 만나신 겁니다.
복지가 자아, 더 이상 지체하지 맙시다. 빨리 웃음 가스를 마셔보고 싶어 참을 수가 없군요. 함께 실컷 웃어 보자구요. 우리에게는 웃을 자격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모두들 그렇구말구요. 우리에게는 웃을 자격이 있어요.
모두들 풍선 끈을 풀어서 가스를 들이마신다.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정적이 흐른다. 하지만 곧 한사람씩 웃음을 터트린다.
시인 (큰소리로 웃으며) 아, 이거, 몸이 둥둥 떠오르는 것 같네. 정말로 내 몸이 커다란 풍선이 된 것 같습니다. 하늘 높이 날아가는 둥글둥글한 풍선이요. 둥글둥글, 둥글둥글, 둥글둥글이라니. 정말 진부한 표현이지 않습니까? 너무 진부해서 둥글둥글한 웃음이 멈추지를 않아요.
사업가 (큰소리로 웃으며) 하늘을 날아가는 풍선이라구요? 아니에요. 난 따듯한 물속을 헤엄치는 해파리가 된 것 같습니다. 보라색 물속을요. 아니, 분홍색. 아니, 초록색. 초록색, 초록색.
평론가 (큰소리로 웃으며) 초록색은 멍청한 색이에요. 백치미가 철철 넘쳐흐르죠. 난 은색을 좋아해요. 은색의 그 위선을 좋아합니다. 마치 자기가 한 때는 금색이었다가 이제는 겸손해진 것처럼 시치미를 떼죠.
복지가 (큰소리로 웃으며) 겸손, 겸손하면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습니다. (관객들을 향해) 정말 죄송하지만 제발 이 돈을 받아주십시오. 돈을 드렸다고 저를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겸손해지도록 더,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시장 (큰소리로 웃으며) 그럼요. 더, 더, 더 노력해야 해요. 사람들의 기대치는 높으니까요. 우리를 대포알처럼 하늘 높이 쏘아올리고 싶어 하죠. 우리 목구멍에 화약을 잔뜩 집어넣고 불을 붙이려고 해요. 펑. 펑.
교수 (큰소리로 웃으며) 그건 오래된 형벌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범죄자들을 대포 안에 넣고 쏘아 올렸죠. 이야, 그건 대단한 볼거리였을 거예요. 도덕적이면서도 재미있기가 쉽지 않거든요. 지금도 그런 형벌이 필요합니다. 인간대포 쏘기, 마차바퀴에 묶어 돌리기, 꼬챙이에 알사탕처럼 꿰기, 불에 달군 쇠기둥에 묶기, 사자 우리에 산채로 던져 넣기…….
여배우 (큰소리로 웃으며) 이제는 그 모든 걸 서커스에서 볼 수 있잖아요. 더 이상 도덕적이진 않지만 여전히 재미있죠.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네요. 인간대포가 되어 날아가기, 마차바퀴에 묶여서 돌려지기, 꼬챙이에 알사탕처럼 꿰이기, 불에 달군 쇠기둥에 묶이기, 사자 우리에 산채로 던져 넣어지기……. 이야, 발바닥이 근질근질 한데요. 아, 손바닥인가요? 아니, 겨드랑이 인가? 아이구, 혓바닥이군요.
과학자 (큰소리로 웃으며) 모두 재치가 넘치는 군요. 모두들 즐겁고 행복해 보여요. 이건 아산화질소가 뇌의 한 부분을 마비시켰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진화할 때 아예 도태되었으면 좋았을 부분이죠. 달팽이처럼요. 달팽이에게는 아예 그 부분이 없거든요. 그러니 우리에게 들리진 않지만 달팽이는 하루 종일 웃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어쩌다 인간으로 진화해서 몇 날 며칠을 맥스웰 방정식이나 풀고 있어야 하는 걸까요?
? (웃음을 참는다.)
모두들 더 자지러지게 웃기 시작한다.
모두들 (자지러지게 웃으며) 저런 저런, 맥스웰 방정식이라니.
시인 (자지러지게 웃으며) 맥스웰 방정식이 어때서요. 숫자는 한계가 없고 고귀하죠. 늙지만 않는다면 영원히 계산할 수 있을 겁니다.
과학자 (자지러지게 웃으며) 이것 참 영광이군요. (시인을 흉내 내며) 시인의 예감도 한계가 없고 고귀하죠. 늙지만 않는다면 영원히 시를 쓸 수 있을 거예요.
시인 (자지러지게 웃으며) 영원히요? 세상에, 시 나부랭이 따위를 누가 읽겠어요. 여러분, 비밀 하나 알려드릴까요? 이제 곧 시는 망할 겁니다. 끝장이 날거예요. 모든 예술이 그렇게 될 겁니다. 예술은 예술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중으로부터 구닥다리 취급을 받을 겁니다. 왜냐하면 구닥다리이기 때문이죠.
평론가 (자지러지게 웃으며) 옳은 말입니다. 예술에서도 결국 대중이 승리할 겁니다. 자본주의 세상이잖아요. 개인들은 모두 패배하지만 대중은 승리하는 게 자본주의 아닙니까? (관객들을 향해 소리치며) 축하합니다. 축하해요. 당신들이 승리자들이요.
여배우 (자지러지게 웃으며) (관객들을 바라보며) 저런, 이제 그들도 무대 위로 올라오고 싶은 모양이죠? 무대 위에서 멋들어지게 대사를 읊고 싶은 거예요. 우리를 관객석에 몰아넣고 자기들 얘기를 억지로 듣게 하고 싶은 겁니다. 그건 우리에게 복수를 하려는 건가요, 아니면 우리에게 칭찬을 들으려는 건가요?
복지가 (자지러지게 웃으며) 그들이 대체 무슨 대사를 읊는다는 거죠?
여배우 (자지러지게 웃으며) 뻔하죠.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를 암송하거나 세탁기 사용설명서를 큰소리로 읽어 내려가겠죠.
시장 (자지러지게 웃으며) 그건 햄릿만큼이나 세탁기도 정치적이기 때문입니다. 대중은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정치적이니까요. 그들은 죽은 햄릿의 옷을 벗겨서 세탁기에 넣고 돌려댈 겁니다. (관객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저토록 멍청한 개인들이 모여서 그토록 영악한 대중이 되는지 난 이해할 수가 없다니까요.
시인 (자지러지게 웃으며) 그들은 더 영악해질 겁니다. 점점 더요. 그들은 죽은 햄릿도 세탁기에 넣고 돌려댈 거예요. 아니면 죽은 햄릿에게 세탁기를 돌리게 하거나요. 그것도 아니면 세탁기에게 햄릿의 대사를 하게 할지도 모르죠. 세탁기는 빨래를 할 때마다 죽느냐 사느냐를 읊어댈 거예요. 그들은 무슨 짓이든지 할 겁니다. 무슨 짓이든지요.
교수 (자지러지게 웃으며) 오늘 날 민중은 자본주의를 먹고 민주주의를 마시고서 대중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이제 피해의식과 자격지심의 접점을 찾았어요. 의심이 많아지고 차분해졌죠. 이제 우리는 그들의 꿍꿍이를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당신들 모두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복지가 (자지러지게 웃으며) 무섭군요. 정말 무서워요. 민중에게는 돈이라도 줄 수 있었는데 대중에게는 어떻게 아부를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옥상 위에서 돈이라도 뿌려볼까요? 그럼 웃어줄지도 몰라요.
과학자 좋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돈 보다는 정보를 뿌리세요. 그들은 열광할 겁니다. 옳건 그르건 상관없이 우선 머릿속에 쑤셔 넣을 거예요. 그들은 정보에 중독되어 있거든요. 중독이 무슨 뜻인지 아세요?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해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많아서 그들은 그렇게 될 겁니다.
? (웃음을 참는다.)
모두들 미친 듯이 웃으며 숨을 헐떡인다.
여배우 (미친 듯이 웃으며) (관객들을 가리키며) 이제 대중들 모두 무대 위로 뛰어 올라 올 거야. 더 이상 참을 수도, 참을 필요도 없을 테니까. 그리고 너도나도 내 치마부터 벗기려고 하겠지. 짐승 같은 것들. 하지만 안 될 것도 없어. 권력자들과 지식인들도 늘 그래왔으니까. 사람들은 내게서 향기와 쾌락, 그리고 이야기 거리를 원하지. (치마를 들어올리며) 하지만 난 고작 이것밖에 줄게 없는데 어쩌지?
과학자 (미친 듯이 웃으며) (여배우의 치마 밑을 들여다보며) 와, 멋진데. 저걸 사진기로 찍어야겠어. 사진기는 그러라고 발명된 거니까. 직접 치마를 벗겨야 하는 수고와, 양심의 가책과, 너저분한 추문을 덜어주지. 자, 아가씨, 치마를 들어서 그 예쁜 얼굴 좀 가려봐요.
여배우가 치마로 얼굴을 가리고 하반신을 완전히 드러낸다.
사업가 (미친 듯이 웃으며) (사진 찍는 흉내를 내며) 완벽해. 이걸 찍어서 팔면 대박이 날거야. 여자는 인격을 지킬 수 있고, 사람들은 원하는 걸 볼 수 있고, 나는 돈을 벌 수 있지. 모두가 행복해지는 거야.
복지가 (미친 듯이 웃으며)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모두가? 내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는 진짜 방법을 알려줄까? 불행한 사람을 죽이고, 죽이고, 또 죽여 나가는 거야. 그러다 보면 오직 행복한 한 사람만 남게 되겠지. 그럼 모두가 행복한 세상이 되는 거야.
교수 (미친 듯이 웃으며) 완벽한 세상이군. 착취도, 차별도, 경쟁도 없는 세상. 빛도, 어둠도, 그림자도, 이야기도 없는 세상. 그럼 마지막 남은 그 사람은 정말 행복해질까? 아니면 그 사람도 결국 자살하고 말까. 사느냐 자살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것만이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질문이야.
시장 (미친 듯이 웃으며) 아니, 우리에게 더 이상 질문은 없어. 답은 이미 뻔히 나와 있으니까. 다들 알고 있지. 뻔하디 뻔하디 뻔한 결론. 그런데 정작 모두가 모른 척 하고 있다니까. 짐짓 딴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이건 비밀인데, 훌륭한 정치가가 되는 방법을 알려줄까? 사람들이 모른 척 하는 걸 계속 모른 척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게 바로 비법이야.
평론가 (미친 듯이 웃으며) 그래서 정치가 과학을 좋아하는 거야. 과학은 사람들을 자꾸 미래로 떠다 미니까. 현실을 과거처럼 보이게 하지. 그렇게 미래는 과학이, 현실은 정치가 지배하게 될 거야. 그런데 그것들은 완전히 한통속이거든.
과학자 (미친 듯이 웃으며) 예전에는 과학을 정치적으로 했지만 이제 정치를 과학적으로 해야 하지. 과학은 정말 대단해. 끝없이 질문할 수 있는 영원히 안전한 신비. 이제 사람들은 화학 주기율표를 진리라고 부를 거야. 엔진 설계도를 진리라고 부르고, 수학 공식을 진리라고 부르고, 진화를 진리라고 부르고, 바이러스를 진리라고 부르고, 전자기파를 진리라고 부를 거야. 그렇게 사람들은 너무 크거나 너무 작은 것들을 진리라고 부를 거야. 너무 멀거나 너무 가까운 걸 진리라고 부를 거야. 사람들은 일부러 초점이 맞지 않는 안경을 쓸 거야. 그럼 세상은 다시 한 번 흥미로운 것처럼 보일 테니까.
시인 (미친 듯이 웃으며) 그건 원래 예술의 사명이었는데. 예술은 그 역할을 보기 좋게 걷어차 버렸어. 다들 알고도 모른 척 하는 걸 혼자만 알고 있는 줄 알고 잘난 체하다가. 모두 내 예언을 들어라. 먼지에서 태어났으니 다시 먼지로 돌아가리라. 미련한 예술가 놈들. 자기 파괴적인 교만함이 예술을 노출증 환자로 만들어 버렸어. 누가 지들 거시기를 보고 싶어 하겠어?
여배우 (미친 듯이 웃으며) 노출증은 관음증에 대한 효과적인 공격이지. 둘을 같은 방에 넣으면 무슨 일이 벌어지겠어? 노출증 환자도 관음증 환자도 결국 머쓱해지고 말 걸. 그럼 모든 게 시시해 지고, 모든 게 뻔해지고, 모든 게 유치해 지고 마는 거야.
모두들 (미친 듯이 웃으며) 모든 게 시시하고, 모든 게 뻔하고, 모든 게 유치해. 무슨 큰일이라도 터졌으면. 두고두고 이야기 거리가 될 만한 대단한 일.
별안간 ?가 누구보다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린다.
? (미친 듯이 웃으며) 이 바보들아, 이제 곧 전쟁이 터질 거야. 세계 전쟁이.
모두들 박장대소한다.
무명 (관객들을 향해) 내가 이들의 말을 반의반이라도 알아들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천만해요. 다만 나는 아까부터 이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자, 들어보세요. 정말 즐거워 보이죠? (웃음소리를 듣는다.) 그런데 왜 나는 저렇게 웃을 수가 없을까요. 왜 나는 아무 것도 웃기지가 않는 거죠. 아니, 나도 이 풍선만 있으면 가능할 지도 몰라요. 나도 한 번 쯤 마음껏 웃어보고 싶었습니다.
무명은 손에 들고 있던 마지막 풍선의 공기를 들이 마신다.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더 요란하게 울려 퍼지고, 무명은 비틀거리기 시작한다. 마치 기침이 나올 것처럼 웃음이 나오려다 말고 나오려다 말고를 반복하지만 끝내 웃음은 나오지 않는다. 무대 위를 허우적거리던 무명은 그만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다. 호레이스 박사가 다가와 무명을 부축한다.
호레이스 박사 이봐. 괜찮아?
무명 아, 네, 괜찮습니다. 가스를 마셨더니 어지러운 것뿐이에요.
호레이스 박사 (무명의 다리를 보며) 이런, 다리를 아주 크게 다쳤어.
무명 다리요? 아니, 아니요. 괜찮은데요.
호레이스 박사 괜찮기는. 이 정도면 굉장히 아플 텐데.
무명 아니에요. 아무 느낌도 없어요.
호레이스 박사 아무 느낌이 없다고?
무명 네, 전혀요.
호레이스 박사가 무명의 상처를 만진다.
호레이스 박사 이래도?
무명 네.
호레이스 박사 이렇게 해도?
무명 괜찮은데요.
호레이스 박사 이렇게 하는 데도?
무명 전혀요.
호레이스 박사 아니, 이런, 그렇다면, 아마도, 이건, 혹시, 어쩌면…….
무명 네?
호레이스 박사 아산화질소. 아산화질소 때문이야.
무명 아산화질소요?
호레이스 박사 이런 바보같으니. 모르겠어? 우린 방금 최초의 마취제를 발견한 거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