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영화를 압도하는 경우가 있다.
살인의 추억, 백 투 더 퓨처, 베를린 천사의 시, 8월의 크리스마스, 내일을 향해 쏴라,
저수지의 개들.
그래, 이들은 정말 딱 저수지의 개들이 아닌가.
시궁창 속을 나뒹구는 잡종 똥개들.
구질구질하다 못해 처연한.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패다가도
한 번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아니, 이들은 개가 아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문제다.
다 망가져서 엉망진창인 주제에 멋을 부리고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면서 우정을 찾고
서로를 끝없이 의심하면서도 끝까지 믿고
사기를 치면서도 순진하고
죽기를 두려워하면서 죽음을 불사한다.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이 이토록 인간답다는 게
끝내 인간답다는 게
있는 데로 폼을 잡으며 프로페셔널인 척 하지만
그저 아마추어라는 게
끝내 아마추어라는 게
별 내용도 없는 이 영화를
어둡고 너절한 골목에 켜놓은 노란 알전구처럼
빛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