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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Aug 01. 2023

저수지의 개들


Reservoir Dogs 저수지의 개들 (1992)





제목이 영화를 압도하는 경우가 있다.


살인의 추억, 백 투 더 퓨처, 베를린 천사의 시, 8월의 크리스마스, 내일을 향해 쏴라,


저수지의 개들.


그래, 이들은 정말 딱 저수지의 개들이 아닌가.


시궁창 속을 나뒹구는 잡종 똥개들.


구질구질하다 못해 처연한.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패다가도


한 번쯤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은.


아니, 이들은 개가 아니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문제다.


다 망가져서 엉망진창인 주제에 멋을 부리고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면서 우정을 찾고


서로를 끝없이 의심하면서도 끝까지 믿고


사기를 치면서도 순진하고


죽기를 두려워하면서 죽음을 불사한다. 


인간 같지도 않은 것들이 이토록 인간답다는 게


끝내 인간답다는 게


있는 데로 폼을 잡으며 프로페셔널인 척 하지만


 그저 아마추어라는 게


끝내 아마추어라는 게


별 내용도 없는 이 영화를


어둡고 너절한 골목에 켜놓은 노란 알전구처럼 


빛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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