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야
Saturn Devouring His Son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Francisco Goya 고야 (1819 - 1823)
그는 당황한 듯하다.
(나에게는 그렇게 보인다.)
그는 슬픈 듯하다.
그는 묻고 있는 듯하다.
그는 자신의 욕구가 당황스럽다.
그는 살점이 맛있어서 슬프고
씹고 있는 것이 자신의 머리가 아닌가 묻는다.
그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될 수도 있었을까?
거인도 아니고, 욕구도 없고,
자기 자신이 혐오스럽거나 의심스럽지 않은 그런 존재.
그런데 그것은 여전히 그일까?
혹은 과연 그것은 여전히 존재일까?
태초에 빛이 있으라 하여 빛이 있었다.
그러나 어둠이 있으라 하고 말해준 이는 없었다.
불러준 이도 없이 불청객처럼 끌려 나와 두리번거리다가
어둠은 더 짙은 어둠이 된다.
어쩌면 빛이 있으라 외친 것은 어둠이었는지도 모른다.
왜,
왜인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외로웠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죽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무 말이나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무 말 중에서도 가장 신성모독적인 아무
말.
참 내, 벙어리인 주제에.
(나에게는 그렇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