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

웨민쥔

by 곡도


웨민준《處決》.jpg

처형 / 웨민쥔 (1995)






웃자.


웃는 게 제일 쉽다.


우는 것보다, 분노하는 것보다, 찡그리는 것보다


무표정한 얼굴을 하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해 볼 수 있다면)


웃는 게 제일 쉽다.


우리는 평생 웃는 걸 연습해왔기 때문에


가장 무기력한 무의식 중에도


입꼬리는 저절로 올라가고 눈꼬리는 저절로 가늘어진다.


비록 아무리 신랄하더라도


풍자라는 건 결국 웃어 넘기자는 것이다.


비록 아무리 비비 꼬더라도


희극이라는 건 결국 마음 편하자는 것이다.


비극은 언제나 결코 충분히 비극적일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이다, 웃을 수밖에.


최대한 크게, 최대한 똑같이, 최대한 가지런히


분홍색 고무 덩어리가 웃는 것처럼 그럴싸하게


박장대소하다 보면 모든 게 정말


웃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겠지.


그럼 된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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