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스 Iris / 파르테논 서쪽 박공

by 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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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Iris / 파르테논 서쪽 박공 West pediment N, Parthenon (447–433 BC)






누런 얼굴에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를 가진 우리는


모두 그리스의 아이들.


아주 오래 전, 양놈인 어머니의 나라에서 추방당해


동쪽 바다까지 쫓겨난 도시민들.


그리스 신전의 부서진 돌조각들만 봐도 가슴이 뛰고


그 폐허에서 내밀한 영광과 몰락의 기억을 떠올리지.


그리스는 가르쳐 주었다.


드러내기 위해 숨기고, 숨기기 위해 드러내는


폭력적이고 모순적이며 불가해한


풍요로운 이 세계에 대해.


위대한 인간들과 더 위대한 운명들의 끈질긴 교접과 전쟁에 대해.


돌을, 몸을, 성기를 사랑하는 잔인한 기쁨에 대해.


그리고 무엇보다


예술이 곧 삶이라는 영원한 선언에 대해.


머리도, 팔도, 다리도 없이 날아오르는 님프는 저리도 아름답구나.


우리는 아직도 저 섬세한 옷주름 사이를 헤매고 싶은 어린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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