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시스 베이컨
거울에 비친 조지 다이어의 초상 Portrait of George Dyer in a Mirror
프란시스 베이컨 Francis Bacon (1968)
거울과 그림이 서로의 가면을 뒤집어쓰고
상대방의 명예와 오해를 갈취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기꾼인 게 기껍다. 그들은 감추는 데 있어서 강박적이다.
그러나 모든 존재들의 성질이 그렇듯
감추는 것만큼이나 폭로하는 데도 강박적이다.
그리하여 진실은 은폐와 폭로 사이에서 짓이겨진다.
아기는 처음 거울을 본 순간 형상의 마법에 걸린다.
마치 형상이 존재의 본질인 것처럼.
마치 형상이 자신의 본질인 것처럼.
아니, 이것은 아기가 아니라 아기의 그림이었구나.
거울은 처음 그림을 본 순간 형상의 마법에 걸린다.
마치 형상이 존재의 본질인 것처럼.
마치 형상이 자신의 본질인 것처럼.
거울 틀과 액자 틀이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 속에서
형상들은 점점 느슨해지면서 단단해지지만
또다시 멈출 수 없는 건
이것이 성교인지 고문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거울과 그림 사이 어딘가 쯤에
신비와 기하학의 허공 사이 어딘가 쯤에
우연히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는 예감,
우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뿐.
그 앞도 뒤도 위도 아래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