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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Feb 21. 2024

이제 그만 끝낼까 해


I'm thinking of ending things 이제 그만 끝낼까 해 (2020)





'인생은 악몽'이라고


너무 진부해서 코웃음 칠 법한 말.


그러나 이 말의 의미를 알기 위해


우리는 늙어야 한다.


그래도 젊을 날엔 빠져나갈 구석이 있고


'혹시'나 '어쩌면'이라는 핑계가 있고


어쨌든 선택할 여지가 있었지. 


설사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을 때조차.


그러나 늙어버리면 


그래서 빠져나갈 구석이 없고


'혹시'나 '어쩌면'이라는 핑계가 없고


선택할 여지가 하나도 남지 않았을 때


남은 건 추억, 추억보다는 실망, 실망보다는 후회,


후회보다는 의문, 의문보다는 분노, 분노보다는 회한


회한보다는 추억


캄캄한 눈보라 속을 헤매는 동안


젊은 날들은 늙은 나를 잊었네.


삶은 막다른 길이 있는데 우리의 악몽에는 막다른 길이 없어


이 악몽에 매달려 다시 웃고 또 울고


아, 하찮고도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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