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 : 더 시리즈

by 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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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ley 리플리: 더 시리즈 (2024)





세상은 단단한 돌.


그리고 깊은 물.


그리고 돌과 물의 혼종인 타인의 모습을 한 얼음 조각들.


난 그들의 형상을 좋아해.


하지만 지 애비 애미를 빼닮은 그들은


모호하고 차가운 눈빛에 하나같이 한가하고 무심해.


잔인해질 만큼의 관심도 증오도 재주도 없는 주제에


별 악의도 없이 내 멱살을 움켜쥐고서 세상의 모든 층계에서 층계로 끌고 다니며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고 또 넘어뜨리고.


층계 바닥까지 굴러 떨어지라고


나 역시 돌이 되고, 물이 되고, 얼음이 되고


빛과 그림자의 일부가 되라고.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한 가지


기습하는 것.


그들보다 먼저 기습하는 것.


내 모든 거짓말이 돌에 새겨지고


내 모든 진심이 물 속에 가라앉고


내 모든 이름들이 얼어붙더라도


딱 반발자국만 앞서 나가는 것.


그 모든 힘겨운 노동과 도박과 내기 끝에


당장은 아슬아슬 살아남는 것.


이것은 '돌과 물' 대 '살과 피'의 전쟁.


살아남은 사람은 오직 나 하나.


살아있는 사람도 오직 나 하나.


살아갈 사람도 오직 나 하나.


하지만 나는 이기려는 것이 아니야.


이것은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야.


그저 가라앉기 전에 한 번


잠시라도 고개를 들고


숨을 좀 쉬어보려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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