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이복 자매, 대략

한스 벨머

by 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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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이복 자매, 대략 Deux demi-soeurs, circa (1933-1935) by 한스 벨머 Hans Bellmer





욕망에게 얼굴이 있는가.


눈과 코와 입이 있는가.


표정이 있는가.


목소리가 있는가.


욕망 위에 얼굴을 그리고 또 그리지만


지워지고 또 지워지고.


너에게 얼굴이 있는가.


눈과 코와 입이 있는가.


표정이 있는가.


목소리가 있는가.


네 위에 얼굴을 그리고 또 그리지만


지워지고 또 지워지고.


나에게 얼굴이 있는가.


눈과 코와 입이 있는가.


표정이 있는가.


목소리가 있는가.


내 위에 얼굴을 그리고 또 그리지만


지워지고 또 지워지고.


욕망에게, 너에게, 나에게


왜 얼굴이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이것은 범죄일까


조각나고 부서지고 뒤엉키고 접합하고 생겨나고 분열하고 증식하고 뒤틀리고 부풀어 오르는 기형의


몸뚱어리가 여전히 아름답다고 한다면


이것은 미학일까.


얼굴도 없는 내가 얼굴도 없는 너를


제발 부둥켜안으면


이것은 사랑일까.


강간일까.


욕망 위에 얼굴을 지우고 또 지우지만


그려지고 또 그려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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