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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곡도 May 25. 2020

잊혀진 조상들의 그림자

Teni Zabytykh Predkov 잊혀진 조상들의 그림자 (1964)






방관하는 사람에게


타인의 삶은 얼마나 화려한가.


옷 주름 하나에도 과거의 기억과 환영이 꼼꼼하게 물들고


삶의 구비구비마다 깃발처럼 펄럭이는 색색의 이정표들,


그가 스스로를 대표하기 위해 재현하는 치장과 의식들,


그리고 사랑과 분노, 쾌락과 공포, 좌절과 성공의 드라마.


그것은 얼마나 유쾌한 볼거리인가.


그러나 가까이 


그의 살 냄새를 맡을 만큼 가까이 다가가면


우리는 그 어느 역사책에도 기록되지 않은 


그 어느 민족에게도 전해 내려오지 않는 


그러나 모든 개인의 목덜미를 차갑게 움켜잡는


쉰 목소리를 듣는다.


오래전 죽은 연인에게 프러포즈하는 


한 남자의 목소리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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