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rned Others
연극 : 컨선드 아더스:Concerned Others
공연장소 : 대학로극장 쿼드
공연기간 : 2025년 6월 12일 ~ 2025년 6월 15일
관람시간 : 2025년 6월 14일 오후 2시
재미없다. 너무 재미없다. 정말 너무 재미없다. 그래서 놀랐다. 단순히 재미없는 수준을 훨씬 넘어간다. '재미없다' 앞에 비속어를 썼다가 지웠다. 이렇게 좋은 일 하시는 분을 모욕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나는 모욕하게 될 것이다.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전 세계 마약 인구 통계이던가 뭐던가 하여간 뭐 그런 문구가 나왔을 때 나는 깊은 내적 탄식과 함께 내용적인 면은 포기하기로 순순히 마음을 먹었다. 그래, 때로는 건강식도 먹어줄 필요가 있겠지. 순 유기농으로 이루어진 비건 샐러드 같은 거. 소스도 없이. 양도 고작 한주먹만큼. 그래도 건강에는 좋을지 몰라. 누가 알아? 어쩌면 새롭고 신선할지. 나 야채 좋아했네 하며 외치게 될 수도 있잖아. 그러나 그것은 나의 헛된 바람이었다. 이것은 그냥 마른 잔디 맛.
나도 악한 인간은 아니다. 다만 내가 선한 인간이 되려고 공연장을 찾는 건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랬다면 교회나 절이나 명상 센터나 뭐, 심리상담소를 찾았겠지. 나는 몇 만 원씩 돈을 들여 가며 왕복 6시간씩 걸려서 소스도 없는 유기농 비건 샐러드를 먹으러 갈 만큼의 진보적이고 윤리적인 자의식으로 가득 차 있지는 않다. 그냥,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내용도 빈약하고 재미도 없는 걸 왜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불러놓고 하고 있는 걸까.
내용 면에서나 형식 면에서나 마치 초등학교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만든 교육용 프로그램이나 공익광고 같다. 만약 정말 학생들을 위한 교육용 프로그램이나 공익광고였다면 어느 정도 높은 점수를 줄 의향이 있다. 하지만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모아놓고 겉핥기식 뻔한 내용에 진부하기 그지없는 표현 방식으로 무얼 전달하려고 하는 건지 도통 모르겠다. 애니메이션이며, 미니어처며, 가면이며, 여러 가지 기법을 잡다하게 끌어다 쓰기는 했으나 뭐 하나 인상적이지가 않다. 유튜브에 무료로 올라왔어도 지루해서 보지 않았을 정도다. 나를 바보취급 하는 건가? 그 선하디 선한 얼굴로?
선한 의도가 (이 무적의 논리이자 기적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분야가 예술이고 나는 그것이 너무나 기껍다. 특히 윤리주의와 법치주의가 점점 강력해지고 있는 오늘날 더더욱 그렇다. 마치 다수의 가해자 선으로부터 소수의 피해자 악을 지켜야만 할 것 같은 위기감이 들 정도다. 그동안 악의 성소인 공연장도 그럭저럭 자신의 역할을 잘해왔다. 살인, 배신, 섹스, 근친상간, 강간, 모욕, 난동, 폭음, 자기 비하, 거짓말, 자살 등등등. 그런데 이제 이런 선한 작품들이 뻔뻔하게 공연장 내부까지 침입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형제자매여, 우리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선을 위한, 선에 의한, 선에 대한. 거기다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더럽게 재미없네,라고 불평해 봤자 나만 쓰레기가 될 뿐.
나는 선한 사람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 그들이 설사 지극히 선한 의도로 금주법을 만들어 결국 마피아의 세력만 키워준 근본주의자들과 같다고 해도 나는 상관하지 않겠다. 나 역시 위험에 처하면 그들에게 매달려 도움을 요청할 것이다. 그러나 예술만큼은, 특히 공연장만큼은 제발 건드리지 않아 줬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사는 게 정말 너무너무너무 지루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