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 트루웨스트
공연장소 : 예스24아트원 2관
공연기간 : 2025년 9월 30일 ~ 2025년 12월 14일
관람시간 : 2025년 10월 5일 오후 2시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한다. 어딘가에는 진짜가 있지 않을까. 진짜 삶, 진짜 나, 진짜 현실. 우리는 바란다. 진짜 가정, 진짜 집, 진짜 부모, 진짜 직업, 진짜 재능, 진짜 연인, 진짜 자식, 진짜 돈, 진짜 친구, 진짜 정의, 진짜 평등, 진짜 선의, 진짜 휴식, 진짜 책, 진짜 대화, 진짜 사막, 진짜 바다, 진짜 식사, 진짜 사랑, 진짜 생명, 진짜 달, 진짜 바람, 진짜 아이들, 진짜 경험, 진짜 지혜, 진짜 분노, 진짜 슬픔, 진짜 보물, 진짜 행운, 진짜 커피, 진짜 음악, 진짜 미소, 진짜 눈물, 진짜 산책, 진짜 아침, 진짜 잠, 진짜 이야기, 진짜 솔직함, 진짜 사색, 진짜 후회, 진짜 사과, 진짜 추억, 진짜 나를 사랑하는 사람, 진짜 내가 있어야 할 곳......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진짜가 아니라는 것. 지금 이곳에 있는 나는 진짜가 아니라는 것. 지금 이곳에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은 진짜가 아니라는 것. 언제부터? 언제까지? 언젠가는 반드시 떠나고야 말 거야. 진짜가 있는 그곳으로. 해를 따라서. 나의 태양을 따라서. '트루 웨스트'
연극은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두 형제에게 미시적으로 접근한다. 형은 학교, 직업, 가정이라는 전형적인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사막 같은 황무지에서 무도하고 거칠게 살아왔다. 반면에 동생은 대도시에서 좋은 학교, 번듯한 직업, 아내와 아이들이 있는 가정을 꾸리며 안정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 그들은 모두 자기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왔다. 부끄러울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소중한 사람들, 소중한 순간들, 소중한 마음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그들 모두가 똑같은 의심을 피할 길이 없다. 그들은 매일, 매 순간, 지금 이 순간에도, 생각한다. 어딘가에는 진짜가 있지 않을까. 진짜 삶, 진짜 나, 진짜 현실.
어머니가 여행을 떠나고 남은 빈 집은 각자 다른 길을 가던 두 형제가 교차하는 정거장이다. 그런데 두 형제는 그 정거장에 발이 묶여 더 이상 어디로도 떠나지 못한다. 정거장에서 그만 길을 잃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야 할 곳을, 자신이 타야 할 버스의 번호를 뻔히 알면서도 그들은 다른 버스를, 상대방이 타고 온 버스를 기웃거린다. 자신의 버스는 언제나 가짜 도시로, 세트장으로, 나를 환영하지 않는 곳으로만 나를 이끌었지. 다른 사람들이 진짜 도시, 확신에 찬 삶,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 있는 동안에. 하지만 나는 이 버스를 타고 싶었던 적이 없어. 그저 누군가 내 손에 버스 티켓을 쥐어 주었고, 그때 이 버스가 내 앞에 서 있었을 뿐이야. 그래서 나는 이 버스를 타야만 했어. 안탈 수가 없었어. 정말이야. 하지만 정말일까? 나는 꼭 이 버스를 타야 했을까? 안탈 수는 없었나? 도중에 잘못된 버스를 탔다는 걸 눈치채고 버스 기사를 향해 "저 내릴게요"라고 소리칠 수는 없었나? 지금이라도 다른 버스를 타면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다른 버스를 타면 진짜 내가 가야 할 곳에 도착할 수 있을까? 그런데 왜 저 다른 버스를 타고 온 사람도 내 버스를 기웃거리며 똑같은 얘기를 하는 거지? 서로 버스를 바꾸어 타면 마침내 둘 다 만족하게 될까? 어쩌면 사방으로 뿔뿔히 흩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버스들은 결국 모두 단 한 곳의 종점을 향해 가고 있는 게 아닐까?
연극은 재미있었다. 거의 두 시간짜리 공연을 지루한 지 모르고 봤다. 다만 간단하게 소소한 불만을 휘리릭 말해보자면 초반에는 다소 배우들의 연기 합이 잘 맞지 않고 대사에 쫓겨 연기를 차분히 보여줄 만한 여유가 없는 것 같았다. 아마도 타임라인을 맞추기 위해서였겠지만 초반부에 더 섬세하게, 그리고 충분히 여백을 살려가면서 다소 천천히 접근했다면 훨씬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후반부에 가서는 모든 게 해소되는 듯해서 만족스러웠고, 특히 전반부에 '리'에게 쏠렸던 무게 중심이 '아버지의 이빨'을 개기로 '오스틴'에게 주도권이 넘어왔을 때에는 짜릿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원작에 충실한 것도 좋았고, '사울'이라는 인물도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연극에 큰 활력제가 되어 주었다. 다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사울'과 '엄마'는 전화로만 등장함으로써 이 형제의 공간을 더 폐쇄적으로 만들어 자폐적인 갈등을 더 증폭시켰다면 완성도가 훨씬 높아졌을 것 같긴 하지만, 이건 무시해도 좋을만한 불만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진짜를 찾아 사방을 헤매고 고뇌하고 고통받는다고 믿는다. 마치 누가 뭐래도, 그저 잘못된 버스를 탔을 뿐, 자기 자신만큼은 진실하다는 듯이. 그러나 어쩌면 우리는 비겁한 거짓말쟁이가 아닐까? 우리는 진짜를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를 피하기 위해 사방을 헤매고 고뇌하고 고통받는 건 아닐까? -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진짜라는 것. 지금 이곳에 있는 내가 진짜라는 것. 지금 이곳에서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이야말로 진짜라는 것. 언제부터? 언제까지? 언젠가는 반드시 떠나고야 말 거야. 진짜가 없는 그곳으로. 해를 따라서. 나의 태양을 따라서. '트루 웨스트' - 과연 '트루 웨스트'에는 무엇이 있는가? 그곳은 '트루 이스트'로 떠나고 싶은 사람들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