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오글오글: 12월호 2024년을 돌아보며>
<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12월호 주제는 ‘2024년을 돌아보며’입니다.
네가 자주 앉던 의자에서 너를 그리며 글을 쓴다.
수의사가 너는 삼 년은 더 살 것이라고 했다.
삼 년이라는 말이 청천벽력처럼 들렸다.
서서히 이별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설거지를 하면서 내 발에 매달린 너를 보며 울었다.
네가 떠난 뒤에 널 그리워할 나를 불쌍해하며 울었다.
그날은 네가 아침부터 걷지 못했다.
네 걱정에 아빠의 호스피스에서 두 시간도 채 있지 못하고 나왔다.
아빠보다 네가 먼저 갈 것 같은 두려움이 온몸을 덮쳤다.
집에 오니 너는 화장실 안에 웅크려 앉아 있었다.
급하게 간 동물병원에서의 너는 겨우 탈수 증세를 보인 환묘였다.
그건 그곳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지 않은 너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몸이 굳어가는 저녁의 너를 응급실에 데려갈까 고민했다.
문득 좁은 케이지에서 내 배웅도 없이 네가 떠날까 봐 무서웠다.
너를 안고 울었다.
아직 이 년이 더 남았는데 왜 숨을 그렇게 쉬냐고.
너와 나는 늘 잠을 자던 그곳에 함께 누웠다.
나는 너의 가슴 위로 내 손을 대고 있었다.
넌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한숨을 쉬었다.
너의 한숨.
한 번, 두 번, 세 번.
네가 없는 12월은 춥다.
우린 서로의 체온으로 8년의 겨울을 보냈다.
올해 겨울은 춥다.
내게
파고드는
핥는
머리를 박는
다리에 걸터앉는
툭툭 건드리는
무릎에 뛰어오르는
네가 없다.
잘 가 빈콩아. 미안해 빈콩아.
또 만날 거야.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