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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단근 Jul 11. 2023

이야기로 풀어보는 보도자료의 추억

두루미의 속마음을 몰랐던 여우



여우는 두루미와 친해지고 싶어 식사 자리에 초대했다. 여우는 접시에 음식을 담아 먹으라고 권했으나, 두루미는 먹을 수 없어 굶었다. 여우는 두루미의 속마음을 미처 모르고 입맛이 없다고 생각했다. 늘 하던 대로 했는데 무슨 문제이지라고 생각했다. 이 우화에서 여우는 보도자료를 작성하는 사람이고, 두루미는 읽는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여우의 말도 두루미를 생각하지 않으면 호감을 얻지 못한다. 좋은 보도자료는 읽은 이를 먼저 생각하고 읽는 사람에게 정책을 판매하고 더 나아가 좋은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사람은 바라보지 않고 정책이나 제품․서비스를 나열하면 안내문이지 사람을 끌 수 있는 보도자료가 아니다. 

    

 이처럼 사람은 보도자료의 영원한 주제이자 소재이다. 보도자료는 사람을 중심 재료로 써야 한다고 알고 있다. 막상 써보면 의지는 있으나, 글이 따라주지 않았다. 보도자료는 내게 고구마를 먹은 듯 좀체 풀리지 않는 숙제로 다가왔다. 어디서 사이다를 찾아야 할까? 보도자료의 작성 과정을 거꾸로 추적해 보자. 작성자는 보고서를 기초로 삼아 보도자료로 만든다. 보고서는 상사를 설득하려고 사람이 빠진 통계․자료 등 정책을 다루고 있다. 이 보고서에서 토씨를 고치는 방식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하다 보니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관공서뿐만 아니라 민간기업도 비슷하다. 정책에서 제품·서비스로 이름표만 바뀌었을 뿐 사람은 찾기 힘들다. 이런 흐름 속에서 나 자신도 현실에 안주하는 냄비 속 개구리가 되었다. 약한 불에 중독되어 서서히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관성대로 흘러왔다. 어느 날 갑자기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이 냄비를 뒤집고 기름 솥으로 가져왔다. 뒤통수가 뜨거워져 잊고 있었던 뒷다리의 탄력으로 도약하고 싶은 마음이 수증기처럼 끓었다. 반쯤 튀겨진 개구리지만 사람이라는 보호대를 착용하고, 헐거워진 뒷다리 근육을 조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출처1: 전아름, “일루마 골든드롭3, 프리미엄 멤버십 서비스 ‘일루맘클럽’출시” 베이비뉴스, 2023.7.10, https://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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