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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tergrapher Jan 25. 2017

부고


 알고 지낸지는 14년이나 됐지만 따로 자주 연락하거나 만나지는 않는 형이 있다. 이번 형 어머니의 부고 역시 한 사람을 건너 들었고, 그래서 '길도 먼데 다른 사람 통해 조의만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한참 전도 아니고 바로 이 달 1일. 지난달 회사 활동을 소개하는 조회 영상에 형이 나왔다. 인디계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형의 밴드가 지난달 큰 회사 행사에 초청받았던 것이다. 형의 음악은 한 번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는데 영상에 나오는 음악을 듣고 너무 좋아서 카톡을 보내, 형 노래 너무 좋다고, 사실 그간 별로 관심 없어서 미안했는데 이제부터는 찾아서 듣겠다고 했다. 형은 기뻐하며 자기 노래 중 몇 곡을 추천해 주었고 이 달 말에 새 앨범도 나온다고 귀띔해주었다.  




 막상 빈소에 도착하니 부조금을 받는 이도, 상주도 보이지 않았다. 두리번거리는 나에게 친척인듯한 분이 다가와 누구 찾냐고 물으셨다. "OO형 지인이에요." 하니, 잠깐 어디 일 보러 나갔는데 곧 올 테니 앉아서 식사나 먼저 하라며 자리를 권한다.


 밥 한 공기를 다 비우도록 형은 나타나지 않았다. 혼자서 한 상을 차지하고 있는 게 죄송스러워 몰래 빠져나오는데 아까 안내해주셨던 분이 따라 나오신다.


 "아이고 이걸 미안해서 어쩌나..."


 괜찮다고, 나중에 따로 통화하겠다고 말씀드리고 나오는데, 한마디 덧붙이신다.


 "이번에 앨범 나오는 거 때문에 예전부터 잡혀있던 중요한 행사라 취소할 수가 없었나 봐요. 고맙고 미안해요."


여고생들로 가득 찬 마을버스를 타고 지하철 역으로 향하는데 형 생각에 계속 눈물이 났다. 어머니 빈소도 지키지 못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어디선가 베이스를 치고 있을 형은 지금 얼마나 슬플까.


 우느라 내려야 할 정거장을 지나쳐 벨을 눌렀다.


 "어디서 내리세요?"

 "상갈역이요. ㅠㅠ"


 큰 덩치에 찔찔 짜고 있는 내가 측은했는지 군말 없이 차를 세우고 문을 열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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