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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래 Oct 31. 2018

뼈와 살

[Day 23] 하고 싶었는데 하지 못한 못된 짓


사람의 살갗에 강한 타격을 주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낄 때가 있습니다. 쉽게 말해 '때리고 싶습니다'

주먹을 쥐고, 있는 힘껏 상대를 가격했을 때, 살갗이 짓이겨지듯 밀려나고 지방층이 뭉개지고 그래도 남은 충격으로 근육과 인대와 신경과 혈관 같은 연약한 조직들이 찢어지고 내출혈이 일어나고...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슬로모션으로 떠올립니다. 내 주먹이 꽂힌 부위가 상대의 복부라면 내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며 꿈틀거리고, 안와나 입술 같이 연약한 부위라면 당장에 피부가 찢기며 새빨간 피가 뿜어나오겠죠ㅡ피는 별로 보고 싶지 않습니다만, 색감과 촉감이 더해진 상상은 나를 더욱 자극합니다.

'때리고 싶다'고 말하고 있지만, 정확히는 내 뼈와 살이 상대의 뼈와 살과 부딪히는 과정입니다. 내 신체가 아닌 다른 물체로 상대를 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니 때로는 내 손이나 발등이 부서질 수도 있는 일입니다. 찰나의 고통, 상대와 내가 동시에 내지르는 비명, 아픔을 마비시키기 위해 분출되는 도파민, 흥분이 더해진 두번째 가격... 그런 것들이 나를 또 자극합니다. 

그래서 정말 사람을 저렇게 때려본 적이 있냐구요? 상대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쓰러진 상대의 아랫배를 축구공 차듯 거듭거듭 걷어차고 오금이나 손목, 골반 같은 관절을 짓밟으면서 얼굴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적 있냐구요? 

질문에 대한 답은 상상에 맡겨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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