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래 Oct 31. 2018

생일에 관한 몇 가지 TMI

[Day 81] 생일

1.

우리 아빠는 매년 우리 엄마의 생일에 외할머니(아빠에겐 장모님, 엄마의 엄마)에게 장미꽃 한 다발을 선물했다.

막상 필요할 땐 없고 이상한 구석에서 튀어나오는 로맨티시즘이라고 생각. 그렇지만 나도 이 날만큼은 효녀 코스프레를 하게 되니 부전녀전인 듯.


2.

월급쟁이가 된 이후로 '생일에는 노동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아무데나 가고 싶은 델 가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가끔은 공휴일이어서 자연스럽게 노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원칙이 작년에 무너졌다. 금요일이었는데, 10월 첫째주에 추석연휴가 낀 탓에 너무 길게 쉬어서 또 연차를 내기 눈치보이기도 하고, 그 당시에 한참 달리던 프로젝트도 있었기 때문이다.(물론 내가 하루 빠진다고 그 프로젝트가 망하거나 어그러지진 않는다) 이제와 생각하면 참 억울한 일.


3.

생일이 대중적인 기념일인 사람들이 있는데(남편의 생일은 육이오사변일이라거나, 절친의 생일은 어린이날이라거나...) 나는 꽤 오랫동안 '문화의 날'이 내 생일이라고 생각했다. '오, 교양 있는 루나와 잘 어울려요'라는 엎드려 절받기식 칭찬(?)을 받은 적도 있는데 달력을 보니 실제로는 문화의 날 하루 전이 내 생일이었어...... (교양도 상식도 없는 루나)


4.

올해 생일 쿨타임이 딱 두 달 남았다. 이젠 아무도 '생일선물로 뭐 갖고 싶냐'고 묻지 않는다. 매년 물을 때마다 항상 '샤넬 2.55 클래식 캐비어 라지 블랙금장'이라고 대답하기 때문에 신랑도 그냥 '사고 싶은 거 사'라고 '컨펌'한다. 하지만 난 이미 넘쳐나는 시발비용으로 나에게 주는 선물을 너무 많이 줘버려서 딱히 갖고 싶은 것도 없는 상태란 건 모르지. 생일을 핑계로 계절을 건너 연락해오는 목소리들과 메시지, 사소한 기프티콘과 이모티콘 같은 것들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2에서 언급한 프로젝트가 내 생일 즈음 마무리될 것 같은데 오랜만에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맛있는 술이나 실컷 마셨으면 좋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도서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