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0] (나만의) 공간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가장 좋아합니다.
조금씩 결이 다른 그 고요함 속에서 아무도 아무를 해치지 않고, 간섭하지 않는 평화를 느낍니다.
내가 바랐던 혹은 뜻밖의 지식과 이야기를 발견하며 묘한 쾌감을 느끼기도 해요.
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방과후엔 늘 걸어서 30분 거리에 있는 시립 도서관에 가서 열람실 폐관 시간까지 책을 읽다 오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기도 했어요.
모교인 대학교의 도서관은 위대한 학자이자 헌신적인 사제였던 이의 이름을 딴 곳이었는데, 학교의 역사를 공유하는 '2관'과 비교적 새 건물인 '3관' 2개동으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그러고보니 '1관'의 정체는 어떤 것이었는지 잊어버렸네요. 아마도 장서 중 열람이 불가한 책들을 보관하는 곳이었던 것 같아요. 2관도 1층, 2층은 일반 학생들이 드나들 수 없는 서고여서 3층, 4층, 5층, 6층으로만 드나들 수 있었고 2관 5층과 3관 3층이 이어진 구조였습니다.
2관 5층은 문학, 3관 3층과 4층은 사회과학 서적들을 열람할 수 있었기 때문에 주로 이 두 개 층에 머물렀습니다. 2관 6층이 복층인 구조여서 층고가 높았던 2관 5층의 커다란 창 옆 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좋아하는 작가들의 소설을 실컷 읽곤 했습니다. 가끔은 3관으로 건너가 조금 더 학구적인 분위기 속에서 전공 관련한 이론서들을 읽기도 했고.
졸업 후엔 모교와 너무 멀리 떨어져 살게 된 까닭에 '2관 5층'은 늘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성남에 살 때도 중앙도서관은 너무 멀고 집 근처 도서관은 (내가 이사한 후인) 올해 가을 개관한다고 하네요. 사방 가득한 책의 냄새가 못내 아쉬울 땐 판교나 강남, 광화문의 '교보문고'가 그 역할을 대신 해주기도 했죠.
그러고보니 이사 온 동네에는 공립도서관이 있나 싶어 알아봤는데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데도 아직 가보질 못했네요. (물론 무시무시한 폭염이...) 가을 바람이 걷기 좋을 만큼 불어오면 새로운 도서관 탐험을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