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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래 Oct 31. 2018

냉정과 열정 사이

[Day 79] 다시 태어난다면 이 나라에서


캘리포니아 쪽에서 유학했냐는 질문을 종종 듣곤 합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무 살까지 강원도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걸요. 대학은 신촌에서 다녔고요'라고 멋쩍게 대답합니다. 소위 '캘리걸' 이미지라는 게 내게 있나 봐요. 까무잡잡한 피부, 반곱슬의 웨이브 머리, 자연친화적이고 활동적이며 건강한 분위기.
실제로 가본 적은 없지만 일년 내내 황금빛 햇살 찬란한 에너지 넘치는 번화한 휴양지에서 살아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별 근심도 고민도 없이 해변의 펍에서 갈매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더위에 지친 낯선 여행자에게 시원한 맥주 한 병씩 내어주는 게 전부인 낙천적인 삶.

아니면 아주 반대로, 차갑고 서늘한 외진 곳에서 고요하게 살고 싶은 낭만도 있습니다. 캐나다의 시골 같은 곳에서 작은 농장을 꾸리며, 마치 <리틀 포레스트>와 같은 매일을 반복하는 거죠. 근면하게 하루를 산 사람만이 보상으로 받을 수 있는 단단한 안정감과 평화로움을 만끽하며.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던 청년과 수줍게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큰 개도 몇 마리 키우면서. 낚시도 가고 캠핑도 하고, 먹기 위해 일하고 읽고 쓰는 게 전부인 삶.

사실 어느 쪽이든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해도 선택할 수 있는 삶일텐데-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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