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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래 Nov 04. 2018

계절과 기억

181104

해마다 봄은 더 짧아지고,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고, 가을은 이제 흔적조차 없어졌지만. 몇 월 몇 월로 규정되고 명명된 계절에 앞서, '이맘때쯤'이라고 내몸과 마음이 환기시키는 기억들이 있다. 그리고 대체로 그 기억들은 특정 공간이나 인물과 함께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를테면 황사가 진한 초봄, 매케한 공기 속에서 먼지냄새를 맡을 때마다 2010년 베이징에서의 봄을, 그리고 아파트 앞 광장에서의 춤을 추억한다거나. (그렇다고 미세먼지가 반갑다거나 한 건 절대 아니고)


7,8월 한여름 후덥지근한 공기를 가르고 출퇴근길을 오갈 때마다 석양을 바라보며 네 시간을 떠들어댔던 발리 해변의 분위기를 되새긴다던가. (한동안 휴대전화 배경화면이기도 했다)


그 여름을 버티고 표창처럼 맞이한 인디안 썸머의 드넓고 푸른 하늘이 펼쳐진 한남동 옥상의 풍경이라거나.


시월의 기억은 단풍으로 물든 교토라면 좋을 것 같아서 올해 시월엔 교토에 다녀왔다. 한동안 내가 기억할 11월의 공기는 뉴욕이었으면 해서 내년 11월에는 뉴욕에 가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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