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스트(N.EX.T) - 해에게서 소년에게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을 때'를 묻는다면 보통 나는 '시중은행 1일 이체 한도를 최대 5억 원으로 설정했을 때'라고 답한다. 부동산거래 때문에 그런 거여서 순식간에 몇 년치 연봉이 내 손끝에서 오가는 걸 보며 '아 이게 어른의 세계구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진짜' 어른이냐-라고 되묻는다면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진짜 어른'의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진정한 어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늘 나는 그 대답에 대한 실마리를 조금은 찾은 것 같다.
진짜 어른이라면, 누군가의 보호 아래를 벗어나, 자신의 집을 떠나, 새로운 길을 떠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
조금은 낯설고 많이 두렵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100%가 아니지만. 지레 움츠려 들지 않고, 나를 비웃는 사람들에게는 똑같이 썩소 한 번 날려주고 내 갈 길 가는 여유를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오늘은 마침 수능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 최대의 시험'이라고 말하지만-그 말도 아주 틀린 건 아니지만- 사실 사는 동안 시험이라는 건 끝도 없이 부딪혀 오기 마련이라 수능이 망한다고 인생이 망한 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반대로 말하자면 내가 더 이상 시험에 들지 않고, 그 시험의 샘이 말라버렸을 때를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더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는 소리니까. 스스로 애써 스스로를 시험에 들게 하려 노력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진짜 어른은, '아 이제 내가 어른이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그 순간 '고여서 썩지 않기 위해' 움직이는 지혜와 실행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진짜 어른이 되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법'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