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oldbeen 금콩 Oct 19. 2020

내 약점노트_06. 고기 사진을 올리지 않는 이유

눈 앞의 수익과 신념 사이, 끊임없는 외줄 타기 중

 아직도 내 블로그 포스팅 미완성 목록에 떡 하니 남아있는 고깃집 포스팅. 비건과 동물복지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되면서 덩이 고기의 사진 전시만 자제해도 육류의 소비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지나가며 들었다. 그 이후로 확실히 팔리고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했던 포스팅 소재는 오히려 나의 고민거리가 되어버렸다. 또다시 신념과 수익 사이에서  외줄타기을 시작했다.


 나는 나의 쓰임이 선한 영향력을 이끌어 냈으면 좋겠다. 가끔은 나 자신이 피곤할 정도로 고민이 많다. 지난여름, 1박 2일로 참여한 지역 프로그램의 대화 시간에 꿈이 뭐냐고 묻는 질문에 나는 대답했다.

 "법을 다 지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장이 되고 싶어요."

이것저것 다 지키면 세금으로 망한다는 그 말을 깨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런 내 꿈을 이야기했을 때 듣는 상대의 제일 첫마디는 대게 부정적이다. 회계를 전공했고 아버지의 사업의 성공과 실패를 눈앞에서 봐왔기에 몰라서 쉽게 내뱉는 말이 아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어리고 무지해서 넘어지고 깨졌던 경험을 내 다음을 걸어오는 인생 후배에게 넘겨주고 싶지 않다. 현재 중소기업에는 최소한의 근로기준법도 지켜지지 않는 곳이 넘쳐난다. 이런 곳에서 합당한 노동력을 제공하면서도 을의 취급을 받는 친구가 없었음 싶다. 중소기업에 한 달간 근무하면서 퇴사를 결심했던 것도 이런 이유였다. 내가 이곳에 남아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조차 지키지 않고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된다’는 하나의 예시가 되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하는 일에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는 최대한의 대우를 해주고 싶다는 건 뭣 모르는 나의 욕심일까?


 창작자로서 잘 팔리는 콘텐츠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다. 자극적이고 유해한 것들이 커다란 수익이 되어 돌아오는 상황을 끝도 없이 목도한다. 그 상황을 바라보며 나는 한없이 고민한다. 당장 눈앞의 수익에 나도 가끔 신념을 숨기고 싶어 진다. 사실 신념을 지킨다는 게 단 시간에 누군가가 알아주고 높게 쳐주는 일이 아니다. 나의 꾸준한 활동들 속에서 파도가 모래를 쓸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 속의 보물이 드러나듯 아주 서서히 보이는 것이라 생각한다. 혼자 정한 신념이라는 선을 지키며 지속해 나가고 있는 내 모습이 가끔은  미련해 보인다. 어쩔 때는 거북이 등에 타 달리기 경주에 참가한 토끼가 된 기분이 든다. 내 실력이 신념이라는 끈에 발이 묶인 느낌에 매번 거북이의 등을 박차고 뛰어나가고 싶다.


 하지만 또 안다. 신념에 어긋난 행동은 나의 마음을 묶어 둘 것이라는 걸. 한순간 수익에 눈이 멀어 신념에 어긋난 일을 해내게 된다면 누구도 부여한 적 없는 죄의식을 혼자 가지고 살 것이다. 그 무거운 마음은 내가 해낸 다른 일에 대한 가치까지 떨어트릴 것을 너무 잘 안다. 하지만 나는 다른 한편으론 욕심을 낸다. 왜 신념이 1순위 인걸 나 자신은 인정하지 못하는가. 신념을 지키고 있는 내 모습에 자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걸까.

 친구와 앞으로의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다 '쉽게 살지 못할 걸 알기에 쉽게 살고 싶다'는 말을 했다. 분명 어떤 일에든 지름길은 존재한다. 그 비겁한 지름길이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할 것이라는 것 역시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름길을 택한 사람의 당장의 수익에 질투를 보낸다. 내 마음은 신념을 가운데 두고 끊임없이 외줄 타기를 한다. 나의 선택에 흔들리지 않고 진중하고 꾸준하게 내 길을 걷고 싶다.


 아직도 나는 고깃집 포스팅을 위해 찍어온 사진들을 휴지통으로 넣지 못했다. 좀 더 단단해져 당장의 수익보다 신념이 우선되는 나의 모습에 자부심이 생겨야 비로소 그 사진을 삭제할 수 있지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내 약점노트_05. 나의 서툰 위로가 상처가 되지 않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