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끝이 30이 아닌 걸 깨닫기까지
몇일째 평생 거들떠 보지도 않은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가지고 낑낑거리고 있다. 평생 친해본 적 없는 수학적 개념이 다분히 포함된 글자를 들여다보고 있자니 당장이라도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지만 버틴다.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여러번 대뇌이며 엉덩이 싸움에서라도 이겨보려고 최선을 다한다. 이전의 나였다면 벌써 포기하고 ‘경제학이랑은 안맞더라구.’라며 학문 자체와 연을 끊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나는 알고있다. 다음날 책을 펴 그 문장을 다시한번 되뇌인다면 결국 내가 이기는 거라고.
평생을 '빠른 포기'가 미덕이라 생각하면서 인생을 설계해 왔다. 시간을 효율있게 쓴다는 명목 하에 그 분야에 진가를 미쳐 알아도 전에 많은 도전을 포기하며 살았다. 나는 남들이 말하는 평균의 삶이 그저 진리인냥 믿었다. 내가 가진 것들이 그 평균의 잣대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포기했다. 이뤄내는 것보다 포기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내가 그려왔던 인생 직선의 끝점엔 30대 이후의 삶은 없었다. 30살이 되면 평범한 가정과 삶을 구성해 더이상 도전할 일도, 실패할 일도 없을꺼라 생각했다. 30대 이후의 삶을 안정시켜 놓기 위해서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고, 이만 했으면 포기하는 게 미래를 위한 가장 좋은 투자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준비해보고 싶었던 자격증과 시험을 포기하고, 퇴근 후 짬짬히 했던 중국어 공부도, 가고싶었던 대학 편입도 포기했었다. 그렇게 도전을 잃어가는 삶은 참 많이 무기력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항상 어딘가 꽉 막힌 느낌이었다. 돌파구가 간절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들었다. ‘도전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 하며 보내는 지금의 시간들도 결국 낭비가 아닐까?’ 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속에서는 포기했던 것들에 항상 미련이 가득했다. 현생에 안주해 포기가 일상이 되기 전에 인생 최초로 가성비없는 결정을 내렸다. 내 인생에 없을 줄 알았던 퇴사.
28살, 무엇인가 도전하기엔 적지않은 나이라며 스스로 위축되기도 전에 주변에서 나를 깎아 내렸다. 원래 계획이었던 중국 유학이 무산되고 다시 취준생이 되었을 때, 내 선택이 틀렸다는 게 증명됐다는 듯 으스대며 하는 충고들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런 말에 휩쓸려, 분명한 목표 앞에서 나 역시도 이리저리 재고 있었다. 대학 편입을 하고 싶은데 졸업하면 30살이라는 나이가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며칠을 맘고생을 해도 답이 없는 물음에 아주 처음으로 돌아가 생각했다. ‘내 인생이 왜 30살에 끝나야하지?’
지금까지 내 인생 전제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을때의 해방감은 나를 꽤나많이 변화시켰다. 그냥저냥 평범한 사람에서 도전하는 사람, 용기있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매사에 좀더 적극적이고, 휩쓸리기보다 남을 인도하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진짜 나를 찾은 기분이라는 단어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깊어지고 단단해져있었다. 실패에 조급해 하기보다는 관찰하고 뜯어보며 분석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아직도 인터넷 상에 보면 ‘~를 하기에 너무 늦은걸까요?’ 라는 질문들이 보인다. 아직도 이 사회는 나이라는 틀에 사람의 성향을 끼워맞추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소위 사회에서 말하는 도전하기 좋은 나이가 되었다고 해서 걱정거리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지나와 잊었지만 그때는 그때의 나름의 이유로 도전을 망설였을 것이다. 지금 내가하고 있는 수많은 도전이 반짝이는 결과물을 만들어 낼꺼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다만 나는 이 과정에서 많이 자랄 것이고 발전할 것이고 커져나갈 것이라는 것 만큼은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