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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dbeen 금콩 Oct 08. 2020

내 약점노트_03. 난, 내 것을 제일 사랑해

솔직한 평가에 애정 어린 내 것이, 그리고 내가 상처 받지 않길

 매일 아침, 일어나 창문을 열어 아침 공기에 정신을 차리고 간단히 씻는다. 덜 마른 머리와 함께 얼마 전 자리를 옮겨 햇살 바로 들어오는 책상 앞에 앉는다. 효과가 있는지 모를 블루라이트 차단 안경을 쓰고 노트북을 켜 내가 치는 타자 소리를 들으며 블로그에 글을 올린다. 하루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다.

 정말 올리기 싫을 때도, 소재가 없을 때도 있지만 나와한 최소한의 약속이라 꾸역꾸역 포스팅 하나를 발행해낸다. 그렇게 내 손을 떠난 포스팅에 담긴 애정은 흘러넘치다 못해 내 발바닥까지 적실 참인가 보다. 틈만 나면 블로그 방문자 수와 유입 기록을 보며 일희일비한다.


나는 내가 한 내 것을 제일 사랑한다.


 매 순간 블로그를 들여다보고 있는 나에게 친구들은 블로그 한번 들여다볼 때마다 영어단어를 외우면 어떻냐고 말했다. 내가 얼마나 자주 블로그 어플을 들락거리는지, 얼나마 포스팅에 진심인지 알 수 있는 문장이 아닐까?

 사실 브런치 작가 신청도 이런 이유 때문에 미뤄왔다. 이미 내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가 3개, 인스타와 유튜브까지 총 다섯 개의 계정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그 계정들을 순서대로 돌아다니며 방문자수와 조회수를 확인한다. 온 신경이 그곳에 묶여있는데, 브런치까지 추가되면 정말 하루가 정말 각종 어플들을 돌다 끝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공들여 쓴 글을 세상만사에 자랑하고 싶었다. 내가 사랑하는 내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사랑받았음 싶었다.


 가끔은 무섭다. 내가 사랑하는 내 것이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지 못할까 봐, 그래서 나까지 성처받을까봐.

‘알고는 싶은데 안 알고 싶어’  솔직한 내 심정이 담긴 문장을 친구들은 아예 이해조차 하지 못했다.

 내가 만든 콘텐츠가 어떤지에 대한 솔직한 평가와 피드백을 받고 싶어 하면서도, 그것이 너무 날카로워 평가 대상인 콘텐츠를 뚫고 나까지 찌를까 하는 걱정에 또 알고 싶진 않다.

 가끔은 이런 마음에 더 나아갈 발전의 기회를 빼앗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너무 큰 애정은 자라나는 아이의 인성에 좋지 않다는 말처럼. 매번 혼자 할 수 있는 최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고선 평가와 피드백을 부탁한다.


 내 글을 읽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는 건 두피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부끄럽다. 그래서 이 부분은 흐름에 맞는지 모르겠고, 이때는 대충 키워드만 뽑아냈다며 괜히 글에 대한 변호를 덧붙이곤 한다. 그 모습이 겸허하게 평가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쪼잔한 사람 같아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다시 한번 내가 내 것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느끼게 해 준다. 이제는 내 글을 적당한 애정과 합리적인 피드백으로 멋진 작품으로 키워내고 싶다.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고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타자 위에 손을 올릴 때의 마음가짐이 내 글에서 실현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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