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안철수의 길은?

다당제 정착을 위한 마중물이 되길

by 흔한 서생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실시된 대통령 선거가 예상대로 문재인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어대문'이라는 조어가 언론에서도 자연스럽게 쓰였을 만큼 그의 대세론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문재인은 그 대세론을 잘 지켜냈고, 두 번째 도전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일각에선 과반에 못 미치는 득표율에 대해 그를 반대하는 민심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인이 2012년 대선 때보다 외연을 넓히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전에 확보한 '본전'을 최대한 지켜낸 결과라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의 승리를 단순히 대세론을 지켜낸 것으로 평가절하할 수는 없다. 2위와의 격차가 역대 최대였다는 점도, TK와 경남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승리했다는 점도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다. 이런 결과는 지역주의의 영향이 약화되었다는 주장의 근거로 이용되고 있다.


문재인의 외연은 크게 확대되지 않았지만 지역구도는 해체되었다는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고 하자. 그러면 여기엔 문재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제3의 요인이 있다는 방증이다. 우선 탄핵 이후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화두가 정권교체였다는 점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영남 지역의 지지에 기반을 둔 박근혜와 자유한국당에겐 애초에 불리한 선거일 수밖에 없었다. 노무현 탄핵 이후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압승을 했을 때 지역구도가 일부 약화된 것처럼 보였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이 압승했던 당시에도 한나라당은 국회 의석에서 100석 이상을 얻고, 정당투표에서도 30%를 넘게 얻었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 홍준표는 2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득표는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많은 사람들이 홍준표의 2위 조차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수치라고 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그동안 꾸준히 확인되었던 영남 기반 "보수" 정당의 콘크리트 지지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 지점에서 한 번쯤 던져 보아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과연 안철수가 이번 선거에 없었다면 홍준표가 얻을 수 있는 표가 이 정도에 불과했을까? 문재인이 대선 토론 중에서 수 차례 단일화 없는 거 맞느냐고 확답을 요구했던 것을 보면 답은 분명하다. 물론, 단일화가 있었더라도 나는 문재인의 승리였다고 생각한다. 안철수는 결과적으로 본인이 패배하는 길을 선택함으로써 역설적이지만 반민주 세력이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를 막았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2위를 내준 것은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일부 언론에서 홍준표의 2위를 득표율과 관계없이 무너진 당을 살린 것으로 평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물론 안철수 혼자 홍준표 표를 가져간 것은 아니다. 유승민의 완주 역시 큰 공헌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유승민과 심상정의 완주 역시 안철수의 완주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안철수가 없었다면 양강 구도로 재편된 선거에서 심상정과 유승민이 문-홍의 지지세력이 가하는 단일화 압박을 이겨내고 완주할 수 있었을까?


안철수와 국민의 당은 이미 지난 총선에서 제3의 선택지로서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비록 호남지역 이외에는 당선자가 거의 없었지만, 비례대표 득표에서는 민주당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물론, 국민의당이 보여준 '제3의 길'이 정치공학에 입각한 중도층 잡기 그 이상에 이르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과 안철수에 의해 만들어진 다자간 대결 구도는 많은 유권자들의 '어쩔 수 없이 던졌던 부끄러운 표'를 소신에 의한 좀 더 민주적인 표로 바꿔주었다.


선거 이후 국민의당과 안철수의 미래는 그 어느 때 보다 어둡다. 대선에서 승리한 민주당 선대위원장 송영길은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안철수를 향해 비난을 퍼부으며 "안철수 없는 국민의당과는 연정이 가능하다"는 발언까지 했다. 언론은 이미 국민의당 일부 의원의 개별 탈당 가능성과 함께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결코 쉬운 길은 아니겠지만 국민의당이 이 위기를 잘 극복하고 정착하길 바란다. 그것이 전술한 것처럼 순망치한의 관계에 있는 다른 소수정당들의 발전에도 더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다수당 경쟁구도를 제도화할 수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법 개정이 조속히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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